영국의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은 통치하되 군림하지 않는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습 정권은 70여 년 군림도 하고 통치도 해왔다. 이젠 ‘최고존엄’ 신격화 단계에 도달했다. 그 결과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 경제파탄국으로 전락했다. 한국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과 비슷한 위상을 갖는다. 임기 동안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책임지는 고위 공무원인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초법적이거나 신성불가침 존재인 듯이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자신의 징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여당 인사들은 “대통령과 맞서 싸울 생각 말라”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대통령 말에 산천초목이 떤다’던 독재 시절을 연상시킨다. 윤 총장이 불법·부당한 징계 내용·절차에 맞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윤 총장 개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검찰의 독립과 중립, 민주주의, 법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가 대통령이든 법무부 장관이든 회피할 이유가 없고, 그것이 본질도 아니다.

원래 대통령과 싸우는 것은 현재 여당의 장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싸워 탄핵에도 성공했다. 그래 놓고 문 대통령 조치에 반발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편다. 이른바 ‘수령’이나 ‘최고존엄’인가. 여당 중진은 “대통령은 사실 아주 무서운 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총장 정직을 결재해놓고, 절차만 따랐다는 식의 비겁함을 보였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이 두렵거나 무서워해야 할 존재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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