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처치 받을 수도 없는데
‘환자 수 축소 통계마사지’ 비판
“병상확보 문제없다” 밝힌 정부
뒤늦게 민간 병원에 행정명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요양병원….’
21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져 나온 경기 부천 상동 효플러스요양병원 인근. 11층으로 된 이 건물 입구와 비상계단 곳곳엔 ‘8층 확진자 발생 사용 불가’라고 적힌 빨간색 글씨로 된 인쇄용지가 붙어 있었다. 8층에 입주한 요양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4개 중 병원 전용으로 쓰이는 3호기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흰색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경비 업체 직원이 곧바로 출입을 제지했다.
이날 부천시에 따르면 이 요양병원에서만 직원과 환자 139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14명이 사망했다. 취재 도중 구급차들이 건물 안팎을 쉴새 없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건물 경비원은 “(남은 환자를) 구급차가 와서 5∼6명씩 옮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건물에는 또 다른 요양원을 비롯해 한의원, 사진관, 마사지숍 등 64개 업체가 운영되고 있어 다른 입주 업체 직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건물 4층에 입주한 A 요양원 관계자는 분무기로 연신 소독제를 뿌리며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어 가족 면회까지 모두 금지한 상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병상 부족과 함께 각종 의료 인프라가 한계점을 넘어서면서 전국에서는 말 그대로 ‘곡소리’가 들리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의 경우 병원이라는 이유로 고령의 고위험군 환자들이 입원해 있지만 중증치료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전문적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도 치료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된 부모님 걱정에 큰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는 병상 대기 중 사망한 환자 수를 축소하면서 ‘통계 마사지’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8일 ‘1월 코로나19 유행 이후 자택에서 병원 입원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환자는 3명, 요양병원에서 격리 병상 전원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환자는 5명에 달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한 뒤 바로 다음 날 “요양병원 등에 입원 중인 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된 경우 (해당 병원에서의) 의료적 처치나 관리 상태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8명 중 5명은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했기 때문에 입원 대기 중 사망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서는 전문적인 코로나19 중환자 처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전원을 기다리고 있었던 만큼, 사실상 입원 대기 중 사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부는 이처럼 통계 마사지에만 급급하고 병상 확보에는 소홀했다. 방역 당국은 환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 9일에도 병상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여유를 부리다가 지난 18일이 돼서야 국립대병원 17곳과 민간 상급종합병원 42곳을 상대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마련해 26일까지 모두 가동을 시작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리 준비하지 않은 채 병상 동원에 급하게 나서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병상 부족 사태는 일반 환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고위험군 산모가 열이 난다는 이유로 몇 시간 동안 병원을 전전하다 아이를 사산했다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구급대원이 ‘산모인데 열이 39도, 40도’라고 하자 각 병원 응급실에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규태·최재규·송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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