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룡 경찰청장
상향식 보고 없애고 소통포럼… 직원에 직접 격려글 등 ‘소탈’
부서장 책임제 도입 청장권한 분산… ‘자율+책임’ 모두 강조
경찰 권한 세지며 비대화 논란… 내·외부 견제장치 마련 촉각
75년 만에 홀로서기에 성공한 14만 경찰의 수장인 김창룡(사진) 경찰청장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내년 1월부터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로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받는다. 또 국가수사본부 신설·자치경찰 출범도 앞두고 있다. 3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게 되는 경찰에게 2021년은 새로운 탄생의 원년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줄기가 가늘고 대가 약한’ 경찰이 권력의 시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와 다르게 파워 엘리트 조직으로 도약할 시점을 맞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공룡 경찰’을 책임진 김 청장이 경찰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그의 리더십 컬러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6월 김창룡 청장 내정 소식이 전해졌을 때 경찰 내외에서는 ‘파격 승진’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내는 등 현 정부에 대한 국정운영 이해도가 높아 ‘경찰 개혁에 적격일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그동안 경찰 수뇌부의 주류를 형성해온 정보통·기획통이 아니었던 만큼 그의 청장 발탁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존재했다. 임명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8·15 광화문 집회와 10·3 개천절 집회를 관리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요즈음 경찰 내부에선 “신선한 바람이 일고 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전임 민갑룡 경찰청장이 큰 틀의 경찰 개혁 밑그림을 그려냈다면 김 청장은 남다른 정무적 감각에 따른 조화와 협력, 외교가 장점이다. 내부적으로는 따뜻한 친화력을 갖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이전 경찰 총수가 가지지 못한 정치력을 갖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소탈·담백 탈권위주의자 = 최근 경찰 내부 온라인망 ‘폴 넷’에 올라온 두 편의 영상이 그야말로 ‘빅 히트’를 쳤다. 조회 수는 무려 8만, 전국 경찰의 절반 이상이 시청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끈 영상의 내용은 김 청장의 일과를 담은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였다. 신임 순경이 24시간 김 청장과 동행하며 하루 일상을 담았다. 영상에선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에 “피곤하다. 특히 목요일, 금요일쯤 되면 피로가 누적돼 몰려온다”거나 ‘경찰청장이 돼서 무엇이 가장 좋으냐’는 질의에 “사실 좋은 거 하나도 없다”고 답하는 김 청장의 ‘반전 매력’이 드러났다. 재치 있고 솔직한 답변에 일선 경찰관들은 “누구보다 알차게 하루를 보내시는 걸 보니 지휘부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업무량이 많은데도 계속 웃으며 소통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등 수만 건의 격려와 응원을 담은 댓글을 달았다.
김 청장의 소탈한 일상은 업무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과거 경찰 수뇌부 보고는 통상적으로 기능별 회의자료 위주로 이뤄졌다. 전형적인 상향식 보고 체계다. 김 청장은 취임 이후 ‘소통포럼’을 주재하고 있다. 하나 또는 두 개 정도의 주제를 가지고 심도 있게 논의하고 공부하는 자리다. 포럼에선 경찰 개혁 이후 준비 과정을 주로 다루고 있다. 유연한 사고를 공유하는 해당 회의에 함께 일하는 국관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장님은 회의 때 칭찬을 굉장히 많이 한다”며 “자필로 격려사를 보내거나 보고서 중 잘된 부분엔 꼭 밑줄을 쳐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 준다”고 말했다.
김 청장이 ‘부서장 책임제’를 도입해 권한을 대폭 이양한 것도 예방적 경찰 활동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권한과 자율을 대폭 강화하되 면피성 보고엔 호통이 이어진다고 한다. 김 청장은 직원들에게 “준비된 전문가가 돼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업무 역시 선제적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책임감 있게 구현해 달라는 주문이다. 최근 경찰청 내에선 김 청장만큼 송민헌 차장의 역할이 커졌다. 송 차장에게 수사권 조정 등 경찰 개혁 관련 행정 전반에 대한 권한을 사실상 전부 넘겼다. 송 차장이 내부 살림에 매진하는 동안 김 청장은 외부 활동에 집중했다. 법무부 단독 주관으로 확정된 형사소송법 법무부령의 폐해를 막기 위해 국무회의 막판에 수사준칙 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완충장치를 마련한 것도 자신이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하직원의 역량을 믿고 맡기는 김 청장의 호탕한 결의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 개혁 후속 과제 = 경찰이 최상위급 권력 기관으로 격상되는 데 공헌한 김 청장이지만, 그의 앞에 놓인 과제도 녹록지 않다. 권한이 막강해진 경찰을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전문가·법조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후속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간의 리더십이 다소 흔들릴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경찰법 개정안이 내년 1월 시행되면 기존의 경찰 조직은 국가경찰·자치경찰·수사경찰로 나뉘게 된다. 사실상 ‘한 지붕 세 가족’이다. 특히 애초 계획과 달리 자치경찰 조직을 완전히 분리하는 이원화 대신 일원화 방식이 확정되면서 경찰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경찰 권한을 견제하겠다며 나온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 △경찰위원장의 장관급 격상 △독립적 감시기구인 ‘경찰 인권·감찰 옴부즈맨’ 설치 등의 내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김 청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경찰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국가·자치·수사 사무별 지휘·감독 기구가 분리되고 그동안 경찰청장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분산돼 분권 체계가 갖춰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제도화해 국민과 함께하는 경찰 행정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 경찰 직장협의회와 반부패협의회 등 내·외부의 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사건심사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시민 참여를 제도화할 방침이다.
김 청장 입장에선 과업을 완수하자마자 또 다른 벽에 부딪힌 듯한 위기 상황을 맞았다. 앞으로의 대응에서도 견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김 청장의 역량에 대해서 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김 청장의 임기 중 최종 목표는 ‘존경받는 경찰’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해외 경찰들이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경찰도 어떻게 해야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김 청장은 업무 회의 중 부하 직원들에게 “최선을 다했느냐”는 질의를 잊지 않는다. 말은 타인에게 건네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묻는 일종의 다짐이라고 한다. 그의 질문대로 국민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포스트 경찰 개혁을 완수한다면 리더십이 또 한 번 부각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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