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이날을 ‘V데이’라 명명하고 팬데믹의 종말이 시작되는 날이라고까지 했다. 첫 접종자인 당시 90세의 마거릿 키넌 씨는 “백신 맞으세요. 지금 상황에서 최고로 좋은 일이잖아요? 내가 할 수 있으면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영국은 연말까지 최대 400만 회분을 접종하고 내년 4월까지 원하는 성인 모두에게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도 지난 14일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내년 3월까지 1억 명에 대한 접종을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 역시 오는 27일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EU 집행위에서는 27개 회원국이 같은 날 백신 접종을 시작하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이웃 일본은 1억2500만 일본인 모두가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고 조기 접종 개시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렇듯이 많은 나라가 이미 백신을 확보, 접종을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키고 팬데믹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백신을 게임 체인저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계획은 어떠한가? 정부는 애초에 내년 1분기 중에 접종을 시작하거나 외국과 비교해 그렇게 늦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백신 4400만 명분 확보를 목표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은 계약을 끝냈고, 화이자 1000만 명분과 모더나 1000만 명분, 얀센존슨앤존슨 400만 명분은 협상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 명분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계약 완료했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늦어져 미국에서도 내년 중반에나 도입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화이자의 경우 내년 중 13억 회 접종분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인데, 이미 미국 등 주요국이 선구매로 싹쓸이해서 품귀 현상이고, 모더나의 경우 CEO가 “올해 생산량을 1000배 늘렸지만 넘치는 수요가 공급 체인에 부담을 주고 있어, 추후 원료가 부족한 상황이 오면 공급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모더나 백신을 1분기 중에 확보하는 일도 쉽잖아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코백스 퍼실리티를 출범시킨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는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코백스가 성공적이지 못할 상당한 위험에 처했다고까지 했다.
이러니 정부의 백신 도입 계획은 실기(失機)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조사(1003명 대상) 결과 ‘코로나 백신 안정성이 검증될 경우에만 접종 받겠다’는 응답이 74%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조사 결과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백신 확보를 늦게 해도 됨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백신 확보는 최대한 신속하게 하되, 접종 시기는 외국의 사례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준비하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방역 당국의 백신 확보 계획이 불확실한 상황이고,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국민은 백신 접종 시기에 더 민감해진다. 주요국의 접종이 끝나는 내년 3∼4월까지도 우리 국민 대상 접종이 개시되지 않는다면 그때 우리의 일상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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