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으로 화이자 백신 배포
韓, 질병청 백신수급과가 전담
관계부처 지원 사격조차 없어
文대통령, 늦장 확보 질책만
미국 등 선진국 대통령과 여러 부처 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나서는 동안 우리나라는 일선 실무진 위주로 백신 도입을 떠맡기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백신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의 도입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가 지난 6월 29일 ‘백신 도입 특별전담팀(TF)’을 구성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질병관리청 백신수급과 1개 과를 중심으로 주요 개발업체와 접촉을 시작했지만 사실상 정부 차원의 지원은 많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등 권한을 쥔 인물의 백신 확보를 독려하는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플루 사태 때 도입한 백신 물량이 남았을 때 공무원의 책임 문제가 거론된 사례도 있어 실무자들은 ‘신중한’ 접근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부터 백신 늑장 확보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중구 전 질병관리본부장 등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과 간담회 자리에서 수차례 백신 확보만이 코로나19 상황을 근본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일찌감치 백신 확보를 강조하고 참모들을 채근했다면 국민에게 정확한 백신 접종 시기와 상황을 알려줄 수 없을 정도로 곤혹스러운 사태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나서 육군 대장으로 39년간 물류 장교로 근무한 구스타브 퍼나를 백신 개발·보급을 총괄하는 ‘초고속작전팀’의 최고운영책임자에 앉혀 군사작전에 버금갈 정도로 체계적인 백신 배포를 꾀한 것과 비교된다. 이 팀에는 유통과 정보기술(IT) 전문가가 대거 합류했고, ‘티베리우스’라는 플랫폼을 고안해 국방·국무부와 50개 주 전체가 유기적으로 백신 배포 상황을 추적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서둘러 연내 백신 접종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국발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유럽에선 21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의 조건부 판매 승인 결정을 내렸다. 당초 일정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긴 것으로, 독일·이탈리아·폴란드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이르면 오는 27일 접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8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영국에선 현재까지 50만 명 이상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선 같은 날 모더나 백신까지 접종이 개시되며 세계 최초로 2종의 백신이 상용화됐다.
지난 14일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일주일 만이다. 모더나 백신은 영하 75도의 초저온에서 보관돼야 하는 화이자 백신과 달리 ‘콜드체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모더나 백신은 더 많은 시골 지역으로 유통될 수 있다”고 알렸다.
최재규·민병기·장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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