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트롯’ 임영웅 선봉…음원시장 트로트 약진
각 방송사 유사 경연 프로그램 론칭하며 열기 이어가
빌보드 점령한 BTS, 국내 차트도 석권…1년내내 상위권 포진
‘코로나 집콕’에 드라마 시청률 껑충…OST도 함께 강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가요계의 지형도도 변화시켰다. 오프라인 공연이 사라지고 매주 음악 순위 프로그램 녹화장 앞에 길게 늘어선 팬들의 행렬도 온데간데없다. 하지만 올해도 변함없이 노래는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부활한 트로트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성공, 그리고 드라마 명장면과 함께 자연스럽게 떠오른 OST는 메마른 대중의 마음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트로트… 대중을 위로하다
문화일보가 지니뮤직에 의뢰해 집계한 2020년 연간차트(1월1일∼12월15일)를 살펴보면 트로트가 음원 시장에서 약진을 보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미스터트롯’의 우승자인 임영웅이 그 선봉에 섰다. 그가 발표한 ‘이제 나만 믿어요’(48위)는 연간차트 톱100에 포함된 유일한 트로트 곡이다. 이 곡은 지니뮤직 일간차트와 월간차트에서도 각각 최고순위 4위, 17위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연간차트 톱100에 트로트가 포함된 경우는 없다. 하지만 올해 초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트로트 프로젝트를 통해 유산슬(유재석)이 인기를 얻으며 군불을 지핀 이후 ‘미스터트롯’이 트로트 전성시대를 열었다. 트로트 곡은 ‘미스터트롯’이 방송되던 지난 4월부터 월간차트 100위권에 활발하게 진입했다. 임영웅의 노래는 ‘이제 나만 믿어요’ 외에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오래된 노래’ ‘바램’ ‘HERO’ 등 5곡으로 총 21회 월간차트 톱100에 랭크됐다. ‘미스터트롯’ 준우승자인 영탁의 ‘찐이야’와 ‘막걸리 한잔’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등 3곡도 월간차트 톱100에 총 11회 진입했다.
트로트 곡은 21일 기준 일간차트 톱100에도 ‘이제 나만 믿어요’(17위), ‘오래된 노래’(26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33위), ‘HERO’(34위), ‘바램’(44위)을 포함해 임영웅의 노래 10곡, ‘만개’(43위), ‘나보다 더 사랑해요’(48위), ‘살았소’(59위) 등 김호중의 노래 3곡이 포함돼 있다. 최근 TV조선 ‘미스트롯2’를 비롯해 각 방송사들이 유사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그 열기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BTS… 희망을 노래하다
국경을 허문 인기를 누리고 있는 BTS의 위력은 국내에서도 대단했다. 연간차트 톱100에 ‘다이너마이트’(10위)를 비롯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20위), ‘ON’(31위), ‘봄날’(93위), ‘Black Swan’(100위) 5곡이 포함됐다. 이 중 ‘작은 것들을 위한 시’(2019)는 해를 넘겨 인기를 끌고 있고, 2017년 발표된 ‘봄날’은 매해 봄만 되면 톱100 차트에 등장하며 ‘봄 캐럴’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핫100’ 1위에 오른 ‘다이너마이트’는 지니뮤직에서도 44일간 일간차트 1위를 차지했다. 9∼10월 월간차트 역시 정상을 지켰다. 지난 2월 출시된 앨범에 수록된 ‘ON’과 ‘Black Swan’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았다.
BTS를 제외한 K-팝 보이그룹의 음원 인기는 주춤했다. BTS를 제외하면 연간차트 톱100에 포함된 남성 아이돌그룹의 노래는 없다. 몇몇 그룹들이 그들의 팬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았으나 범(汎)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한 셈이다. 반면 여성그룹들은 상승세였다. 레드벨벳의 ‘사이코’(9위), 오마이걸의 ‘살짝 설?어’(14위)와 ‘돌핀’(19위), 마마무의 ‘힙’(16위),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이크 댓’(23위)과 ‘러브식 걸스’(88위), 있지의 ‘워너비’(36위), 에이핑크의 ‘덤더럼’(47위), 아이즈원의 ‘피에스타’(68위) 등이 고루 톱100 안에 포진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BTS라는 절대 강자의 등장으로 보이그룹 시장은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세븐틴, NCT 등 몇몇 보이그룹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앨범 판매량은 높은 반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음원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저조한 편”이라며 “반면 걸그룹 시장에서는 몇 년간 주도권을 쥐고 있던 트와이스가 주춤한 반면, 다른 걸그룹이 중독성 강한 대중적 성향의 노래를 바탕으로 고른 활약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역설… OST는 강했다
코로나19는 재택근무를 보편화시키는 등 ‘집안 생활’의 비중을 높였다. 그 결과, 드라마 소비량이 늘어 평균 시청률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드라마에 삽입된 OST의 인기도 덩달아 껑충 뛰었다. 연간차트 톱100 안에 드라마 OST 16곡이 포함된 것이 그 증거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OST는 무려 6곡이나 톱100 안에 똬리를 틀었다. 조정석이 부른 ‘아로하’(5위)를 필두로 조이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30위),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32위), 휘인의 ‘내 눈물 모아’(66위), 규현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84위), 미도와 파라솔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86위) 순이었다. 최고 시청률 14.1%를 기록한 드라마의 인기와 맞물려 과거 화제를 모았던 노래를 리메이크하며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평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tvN ‘호텔 델루나’의 OST도 각각 3곡이 톱100에 진입했다. ‘이태원 클라쓰’의 OST로 쓰인 가호의 ‘시작’(8위), 하현우의 ‘돌덩이’(37위), 김필의 ‘그때 그 아인’(49위)이 올해 지속적인 인기를 모았고, ‘호텔 델루나’ OST인 폴킴의 ‘안녕’(28위), 거미의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67위), 태연의 ‘그대라는 시’(80위) 등도 강세를 보였다. 아울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드라마 한류를 재점화했다는 평을 받은 tvN ‘사랑의 불시착’의 OST인 아이유의 ‘마음을 드려요’도 18위에 랭크됐다.
드라마 종방 후에도 OST가 계속 회자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방송됐던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OST로 쓰인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3위)가 대표적이다. 이 노래는 전체 OST를 통틀어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2018년작인 SBS ‘키스 먼저 할까요’에 삽입된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24위)은 드라마가 끝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된 곡으로 손꼽는다.
지니뮤직의 홍상욱 콘텐츠본부장은 “올해는 트로트, 드라마 OST가 전체 장르를 통틀어 큰 사랑을 받았고, BTS가 전 세계적으로 K-팝의 위상을 높인 한 해였다”고 평하며 “코로나19로 아티스트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각 아티스트들이 앨범 출시 등 본연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며 결과물을 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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