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겸수 강북구청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남은 1년 6개월여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지역 주요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강북구청 제공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남은 1년 6개월여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지역 주요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강북구청 제공

- 새로운 성장모델 찾은 박겸수 강북구청장

북한산·순례길·역사 유산 묶어
1박2일 관광코스 조성사업 시동
내년3월 우이동 가족캠핑장 오픈

삼양동·인수동 일대엔 도시재생
사업 구상서 관리까지 주민 주도
신청사 건립 토대 꼭 닦아 놓을것


“그동안 서울에서 ‘강북’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강남’과 대비돼 낙후함을 상징하는 대명사였습니다. 하지만 이젠 기존 자원을 잘 활용해 재탄생시키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았고 주민들께서도 지역의 변화를 체감하고 계십니다.”

22일 문화일보와 만난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이같이 말하며 “다가올 미래의 강북구는 지역의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통해 발전하며 쾌적한 거주지로서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북구는 전체 면적의 60%가 북한산과 북서울 꿈의 숲, 오동근린공원 등과 같은 숲으로 구성돼 있고 나머지 40%는 노후 저층 주거지역으로 이뤄져 있다. 북한산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삼양로에서 우이동까지는 높이 20m 이내로 최고고도 제한을 받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수 증대에 도움이 되는 대형 상업시설 건립과 유치에 제약이 있어 “변화가 없다”며 원성을 쏟아내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우이동 가족캠핑장 조감도.
우이동 가족캠핑장 조감도.

34년을 강북구에서 살면서 재선 서울시의원과 3선 구청장을 역임 중인 박 구청장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시킨 것이 바로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다. 박 구청장은 2012년 북한산 자락 순례길을 따라 우이동과 수유동 일대 18만㎡ 부지에 있는 근현대 역사 유산들을 묶어 1박 2일 관광 코스로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3·1운동 발상지인 봉황각, 민주화 성지인 국립 4·19민주묘지,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을 다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16위 묘역, 근현대 자수 역사가 전시된 박을복자수박물관, 소나무 1000그루가 울창하게 늘어선 솔밭근린공원 등 흩어져 있던 역사 유산을 묶어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박 구청장은 “이제 관광벨트에 방점을 찍을 우이동 가족캠핑장이 내년 3월 개장을 앞두고 있다”며 “일반적인 야영장의 개념이 아니라 깨끗한 환경 속에서 가족 간에 역사를 이야기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대공론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북구 우이동 316번지 일대에 조성 중인 가족캠핑장에는 숲 체험관과 공연장으로 활용 가능한 다목적 잔디마당도 들어선다. 내년 3월 1단계 공사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2단계 조성에 집중하게 된다고 박 구청장은 밝혔다. 2단계 공사는 숲 놀이터, 자연 학습장, 순환 산책로 설치에 초점이 맞춰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가 있지만, 예정대로라면 2022년 1분기 중 서울 시민들은 다양한 즐길 거리가 모인 숲속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자원을 잘 활용해 지역 발전으로 연결시킨 또 다른 사례는 도시재생이다. 구는 4·19사거리와 우이동 유원지 일대, 삼양동, 인수동, 장미원 골목시장 일대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며 기존 주택가를 살기 좋은 거주지로 바꾸기 위해 힘쓰고 있다. 국토교통부·서울시의 재생사업과 연계해 2022년까지 사업 대상지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4·19사거리와 우이동 유원지 일대에선 근린재생사업이, 삼양동과 인수동에선 주거환경 관리사업이, 장미원 골목시장과 수유1동 일대에선 재생 활성화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손잡고 지역 곳곳에 청년 창업가, 예술인, 신혼부부가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강북형 도시재생은 사업 구상부터 설계, 사후관리까지 주민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라며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주거지를 관리하고 주택 내·외부를 개량하면서 창출되는 일자리를 통해 지역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도시재생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단절됐던 주민 공동체를 복원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박 구청장은 설명했다. 그는 주민 참여로 지역이 변화한 대표적 사례로 북한산 빨래골 입구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꼽았다. 미관을 해치던 자재창고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훼손된 산지를 정비해 누구나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생태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 내년 상반기 중 빨래골 입구 내 생태공원에선 미니 공연과 작은 음악회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리게 된다.

3선 단체장인 박 구청장은 오는 2022년 6월 30일까지 재직할 예정으로, 이제 임기가 1년 6개월 정도 남았다. 잔여기간 꼭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새로운 청사 건립의 토대를 닦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1974년 세워져 올해로 46년째 된 현 강북구청 청사는 매년 유지·보수에만 2억 원 정도가 소요될 정도로 노후가 심한 상황이다. 늘어나는 행정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건설안전교통국은 미아동에, 보건소는 번동에 각각 흩어져 있어 행정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박 구청장은 “현 청사를 대체할 수 있는 부지가 없기 때문에 지금 부지에 통합청사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새 청사 건립을 위한 용역을 의뢰했으며 내년 하반기에 결과가 나오는 대로 주민 공청회를 여는 등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임기 내에 신청사 건립 계획을 확정하고 착공까지 보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며 “우리나라 관공서 최초로 미래 건축양식을 도입해서 층마다 토양을 조성하고 빌딩 전체가 숲이 되도록 숲 빌딩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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