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애리, 광야의 기억, 65×55㎝, 종이에 수채, 2005
성애리, 광야의 기억, 65×55㎝, 종이에 수채, 2005
크리스천이 아니어도 괜스레 마음이 들뜨는 성탄절과 세밑이건만 이렇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낯설다. 요즘같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동지(冬至)의 밤이 참으로 지루하고 답답했다. 본의 아니게 모처럼 조용하고 경건하게 성탄을 맞이하게 됐다. 그러니 나쁜 것만도 아니다. 지극히 낮은 곳으로 임하신 거룩하신 뜻이 많이 퇴색됐기 때문이다. 성애리가 유대광야를 자주 그린 것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예수께서 광야에서의 처절한 40일 금식기도 후, 사탄으로부터 영적인 시험을 받으셨다 했다. ‘말 구유’와 ‘광야’는 상징적으로 통하는 것 같다. 이 거친 광야에 울려 퍼진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궁궐 같은 성전의 예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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