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논란 속 미혼모의 삶

낙태죄 개정 논란에 이어 방송인 사유리(41·사진) 씨의 비혼 출산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혼외 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혼모들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많은 미혼모는 여전히 출산 전후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과 사회적 낙인이라는 무게를 견뎌야 한다. 전문가들은 양육비 지급 등 경제적 지원 이전에 미혼모의 임신·출산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공동체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정모(40) 씨는 출산 후 생계유지를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미혼모라는 사실을 들켜 직장을 잃었다고 고백했다. 정 씨는 배가 불러오는 것을 감추기 위해 복대로 허리를 감싸서 다녔다고 한다. 정 씨는 “다른 직원이 편의점 사장에게 내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려서 일터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며 “모든 직원이 나를 향해 ‘부도덕하고, 신뢰할 수 없다’ ‘그럴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 말했다. 정 씨는 “학교에서도 아이가 친구들과 인사하려 해도 다른 학부모들이 달음박질하듯 자기 아이를 끌고 다른 곳으로 가 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했다.

미혼모들은 원치 않는 임신, 출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임신중절(낙태)이나 아이를 입양 또는 유기하는 등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곤 한다. 물론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식을 키워나가는 엄마들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가정이나 사회로부터 소외감과 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만연하다는 것이다.

10세 딸을 키우는 이모(31) 씨는 혼전 임신 사실을 알고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지만 만삭이 됐을 때까지 가족들에게조차 비밀로 했고, 입양을 보내려고 고민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씨는 “(출산 뒤에도)부모님마저 주변인들에게 나를 딸이 아닌 사촌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부끄러움의 대상이었다”며 “경조사 때마다 결혼한 언니를 만나면 은연중에 차별적인 시선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 딸을 둔 30대 탈북민 미혼모 김모 씨는 “내가 ‘탈북민’이자 ‘미혼모’라는 사실은 직장에서는 모르고 주변에서도 극소수만 알 정도로 숨기고 있다”며 “남쪽에 친정이 있는 다른 미혼모들보다 고충이 두 배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2018년 10∼40대 미혼모 총 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미혼모의 82.7%가 ‘자녀 양육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했으며, 70.2%는 혼전임신에 대한 비난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편과 부인이 결합된 부부가 전형적인 가족이라는 소위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며 “미혼모들이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인식을 전환하려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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