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홈’의 크리처와 캐릭터들. 위부터 날카로운 다리가 있는 거미 괴물, 커다란 눈동자가 으스스한 눈동자 괴물, 괴물과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여자소방관 역의 이시영, 그리고 괴물화를 억누르며 인간을 돕는 현수 역의 송강.  넷플릭스 제공
‘스위트 홈’의 크리처와 캐릭터들. 위부터 날카로운 다리가 있는 거미 괴물, 커다란 눈동자가 으스스한 눈동자 괴물, 괴물과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여자소방관 역의 이시영, 그리고 괴물화를 억누르며 인간을 돕는 현수 역의 송강. 넷플릭스 제공
■ ‘스위트 홈’, 8개국 넷플릭스서 1위 질주

극장가 관객의 발걸음이 얼어붙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반사이익을 얻는 사이 또 하나의 넷플릭스 작품이 ‘집콕’ 영화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공개된 50분짜리 10부작 크리처(괴수)물 ‘스위트 홈’(감독 이응복)이다. 크리처물은 미국 할리우드에선 일반화된 장르이지만 국내에선 드물었던 편. 영화에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 등이 있었지만 시리즈 드라마에선 처음이다. 특히 크리처의 대결 구도가 이야기의 중심이고,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한 점이 눈에 띈다. 한국형 크리처물의 진화라는 설명이 붙는 이유다.

- “이래서 엄지 척”

몰입감 넘치는 한국형 크리처물
괴물같은 인간이 던지는 성찰은
잔혹 판타지 ‘판의 미로’ 견줄만


◇슬픈 동화 ‘판의 미로’ 필적

‘스위트 홈’이 공개된 지 닷새 동안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몰입감이 좋아 하루 만에 10부까지 다 봤다”거나, “웹툰 원작만큼 재미있다”는 반응이 제법 많다. 실제로 22일 현재 넷플릭스 ‘오늘의 콘텐츠 톱 10’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개봉 이후 5일 연속이다. 해외에서도 화제 몰이 중이다. 말레이시아 등 총 8개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등장하는 크리처의 외형이나 움직임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머리의 상당 부분이 잘려나가 한쪽 귀만 남은 ‘연근 괴물’은 기괴한 모습만큼이나 소름 끼치고 위협적이다. 방에 갇힌 주인공 현수(송강)를 향해 달려드는 ‘눈동자 괴물’은 거대한 뱀처럼 집요하고 끔찍하다.

사람이 괴물로 변한다는 설정은 그동안 많이 다뤄졌던 것이지만 괴물 안에 인간 자신의 욕망이 투영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좀비류나 할리우드 크리처물과는 전혀 다르다. 때론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이 등장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도 던진다.

괴물화한 현수의 몸부림에서 볼 수 있듯, ‘스위트 홈’의 인간애적 정서는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크리처 명작 ‘판의 미로-오필리아의 세 개의 열쇠’(2006)에 견줄 만하다. ‘판의 미로’는 다양한 크리처가 등장하는 동화적 상상력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안에는 현실의 잔혹함이 녹아 있었다. 델토로 감독은 1944년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시민 저항군에 대한 파시스트 정권의 폭압을 우화적으로 드러내 호평받았다.

기술적인 면이나 ‘가성비’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위트 홈’은 약 3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회당 30억 원에 달한다. 국내 드라마의 경우, 많아도 회당 약 5억 원임을 감안하면 6배에 달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대표 크리처 무비 ‘퍼시픽 림’(2013)의 제작비는 1억9000만 달러(약 2100억 원)였다. 7분의 1 수준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K-크리처물을 만든 셈이다.

연출자인 이응복 감독은 “90% 이상이 세트이고, CG를 구현하는 데 맨파워도 많이 들어간다. 크리처 하나에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그러나 비용에 있어 할리우드보다 무리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다”고 밝혔다.


- “이건 좀 아쉽다”

액션 호러‘레지던트 이블’ 연상
‘엑스맨’ 등 버무린 듯한 캐릭터
‘진격의 거인’ 속 괴물도 떠올라


◇B급 감성 ‘레지던트 이블’의 아류작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일부 보인다. 대부분은 매 장면 스며드는 기시감에서 비롯한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엔딩으로 갈수록 B급 액션 호러의 대표작 ‘레지던트 이블’을 연상하게 한다. 소방관 출신으로 괴물과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서이경(이시영)은 남자 못지않은 액션으로 괴물들을 처치하는 밀라 요보비치 같다. ‘레지던트 이블’은 2002년 개봉됐다. 거대 회사가 만든 치명적 바이러스가 유출된 후 감염자인 좀비와 비감염자 사이의 목숨을 건 대결을 그렸다. 처음엔 게임을 원작으로 한 B급 성향이었으나 대중적인 인기를 업고 이후 시리즈가 6편까지 나왔고, 다시 리메이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야구 배트를 무기로 삼은 윤지수(박규영)는 할리우드 히어로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을 떠올리게 하고, 현수가 마지막으로 변하는 모습도 일본의 ‘데스노트’와 할리우드의 ‘엑스맨’ 엔젤 캐릭터를 적당히 버무린 느낌이 난다.

또 입에서 긴 촉수가 튀어나오는 ‘키다리 괴물’과의 액션 시퀀스는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영화 ‘더 미스트’(2007)의 한 장면과 닮아있다. ‘연근 괴물’은 신선해 보이지만 ‘근육 괴물’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크기나 얼굴 생김새가 일본의 괴수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속 거인 괴물을 연상시킨다.

이는 이번 크리처 제작에 할리우드 업체들이 관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특수효과를 담당한 레거시 이펙츠는 ‘아이언맨’ ‘퍼시픽 림’ 등을 만들었고, 스펙트럴 모션은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에서 크리처 디자인과 특수분장에 참여했다.

이응복 감독은 “크리처를 형상화할 때 기존의 좋은 작품들이 레퍼런스가 되는 건 맞다. 다만, 그런 상황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렇게 보였다면 창의적인 고민을 더욱 깊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