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숙 초대 총장 별세… 84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초대 총장을 지낸 이강숙 명예교수가 22일 별세했다. 84세.

고인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 휴스턴대와 미시간대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서울대 음대 교수로 부임해 음악이론 과정을 개설한 뒤 ‘열린 음악의 세계’ ‘음악의 방법’ 등의 평론집을 펴내며 ‘국내 1호 음악학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후 1992년 한예종 개교 당시 초대 총장으로 부임해 2002년까지 총장을 지냈다. 그 뒤 한예종 객원·석좌교수에 이어 2013년부터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대학 입학 전 어린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예비학교를 만들고, 박사 학위가 없어도 실력만 있으면 교수로 채용한 것은 한예종을 ‘전문 예술 교육기관’으로 키우겠다는 고인의 신념에서 나온 방침이었다.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김대진,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등 스타 연주자를 교수로 영입해 음악원을 개원한 뒤 연극원·영상원·무용원·미술원·전통예술원을 차례로 열었다. 이런 바탕 아래 유학을 가지 않고도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젊은 예술가들이 연이어 탄생했다. 16세에 클래식 영재로 입학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대학교 1학년 때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했고, 피아니스트 김선욱도 18세 때 영국 리즈 콩쿠르 1등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고인은 생의 후반엔 문학에 심취해 여러 편의 수필과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1년 산문집 ‘술과 아내 그리고 예술’을 시작으로 장편소설 ‘피아니스트의 탄생’ ‘젊은 음악가의 초상’, 단편집 ‘빈 병 교향곡’ ‘괄호 속의 시간’ 등을 출간했다. 2013년엔 단편 ‘반쯤 죽은 남자’로 한국소설문학상을 받았다. 음악 교육과 예술 행정에 힘쓴 공로로 2002년 금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유족으로는 부인 문희자 씨와 아들 석재(서울대 인문대 학장)·인재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4일이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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