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은 시작부터 ‘아베 계승’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전후 최장 기간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전 총리가 남긴 유산에 편승했다. 스가 총리가 제2차 아베 내각 기간 줄곧 정부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을 지낸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방위적 위기 속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연일 검찰 수사, 야당 공격의 타깃이 된 아베 전 총리는 도리어 스가 정권에 복병이 되고 있다. 그가 집권 기간 최대 과제로 내세웠던 개헌을 언급하며 우경화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도 스가 정권엔 부담이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9일 자신의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극우 성향의 정치평론가 사쿠라이 요시코(櫻井 よしこ)와 대담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쟁 직후 일본은 이미 완성된 것을 바꾸는 데 신중했다. 일·미 안전보장조약 개정 당시 거센 반대 운동이 일어났던 것이 그 예”라며 “그러나 지금은 70~80%가 이 조약을 긍정한다. 헌법도 마찬가지로 바꾸는 작업 자체는 어렵지만, 바꾸고 나면 잘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대에 맞춰 헌법을 바꿔 나가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의 헌법이니 우리가 써 내려가는 건 당연하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세력 균형이 바뀌고 있는 만큼 역내 균형·안정 임무를 담당하는 자위대를 헌법안에 명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민당이 앞장서 (개헌)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8월 퇴임 기자회견에서 개헌을 실현하지 못한 것을 두고 “장이 끊어지는 느낌”이라고 언급했던 그는 퇴임 이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우파 모임 참석 등을 이어가며 장외에서 ‘우익 선봉장’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다. 오는 25일 그는 국회에 출석해 ‘벚꽃을 보는 모임’ 관련 의혹을 소명할 예정이다. 자민당 측은 질의를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TV로 생중계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아베 전 총리가 이 자리에서 벚꽃 모임 의혹과 관련해 총 118회 이뤄진 허위 답변을 정정할지 주목된다.

개인적인 스캔들 외에도 아베 전 총리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히는 도쿄(東京)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해 ‘재연기’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며, 개헌 논의 역시 자민당 차원에서 구체화 일정이 보류돼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이에 재집권을 꾀하는 자민당과 스가 정권이 아베 전 총리와 절연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