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기반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표방하는 스타트업 트레바리의 승승장구는 ‘어떻게 독자와 소통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늘 고민이었던 출판사들이 본격적으로 북클럽을 꾸리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마침내 북클럽 전성시대가 도래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 덕분에 나도 꽤 여러 군데 책 관련 모임에 초대돼 강의 비슷한 걸 했는데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정우성 독서클럽’이라고 가수, 변호사, 건축가, 기자, 정보기술(IT) 개발자를 비롯해 온갖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곳의 모토는 ‘매달 읽어야 할 책을 사기만 하면, 아무도 읽었는지 확인하지 않으니까 안 읽었다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이 모임에 나와서 즐거우면 된다’는 것이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 흐뭇한 모토가 있을까. 꽤 신선한데. 여기 가면 뭔가 재미난 정보를 얻어들을 수 있지 않으려나.
과연, 그곳에서 특이한 북클럽을 소개받았다. ‘브로맨스 북클럽’(황금시간 )의 첫 번째 규칙은, 다른 사람에게 모임에 대해 발설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면 애인이나 아내와 헤어질 뻔했던 남자 사업가, 남자 정치가, 남자 운동선수들이 모여서 주야장천 로맨스소설만 읽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속내를 표현하면 안 된다고 여기며 감정 노동은 전부 여자들이 해주길 바라왔던 그들은 바로 자신의 무지가 관계를 망친 이유임을 깨닫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인데 왜 갑자기 그녀는 화를 냈을까. 웃겨보려고 던진 농담에 어째서 상대가 열 받았는지 모르겠다. 도와주기 위해 했던 조언이 성난 대꾸로 돌아왔을 때는 그야말로 기함하고 말았다. 어떻게 하지. 그들은 로맨스소설에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길 바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과 자신의 아내가 세상을 얼마나 다르게 보는지 거기에 다 들어 있다고 믿었다. 이제부터라도 여성의 언어를 탐구해 몽매한 남자들을 구하자는 것이 북클럽을 꾸려가는 이유다.
‘브로맨스 북클럽’의 저자 리사 케이 애덤스는 20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며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무지로 인해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폭로를 지켜보는 동안 내가 느낀 분노의 배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로 인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출간 직후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장르가 로맨스이니만큼 필치는 발랄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식 유머가 때로 등장하지만 관계에 있어 감정적 위험부담을 짊어진다는 게 무엇인지 나는 조금쯤 알게 됐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종류의 책일수록 남자들이 읽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지. 하긴 아직도 스토킹이 적극적인 구애이며 데이트 폭력을 사랑싸움이라 여기는 남자들이 읽지 않는 게 어디 로맨스소설뿐이겠냐만.
김홍민 북피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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