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너츠 찰스 | M 슐츠 지음 | 북스토리

“할머니가 그러셨어.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새로운 하루에 감사한 다음 뭔가 보람 있는 일을 계획해보라고.”(104쪽)

“할머니가 그러셨지. 잠들기 전에 내일도 새로운 하루가 올 거라는 데 감사하라고.”(105쪽)

사랑스러운 찰리 브라운의 말엔 찰스 M 슐츠의 만화 ‘피너츠’의 세계관이 들어가 있다. 우리 모두 삶에서 끊임없이 패배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나 자기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내일엔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언젠가 슐츠는 주인공 찰리를 들어 피너츠의 철학을 말한 적이 있다. “찰리는 항상 패배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만화 ‘피너츠’가 언어를 넘고 세대를 넘어 사랑받은 이유일 테다.

슐츠가 1950년부터 2000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그린 코믹 스트립 ‘피너츠’를 한자리에 모은 완전판이 이번 25권 출간으로 완간됐다. 국내에 2015년 첫권이 나왔으니 5년 만의 마무리이다. 이로써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실에 앉아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강아지 스누피, 소심한 철학자 찰리, 촌철살인의 루시와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샐리 등을 만들어낸 슐츠의 세계를 온전히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25권에는 1999년부터 2000년 그가 죽기 직전까지 그린 작품, 그리고 ‘피너츠’ 이전 초기 작품이 묶여 있다.

슐츠는 생애 마지막 해, 작업이 힘에 부치자 일일 연재를 주간 연재로 바꾸고, 그마저 어려워지자 마지막 인사를 고하기로 한다. 하지만 찰리와 그 친구들 이야기가 소명이자 종교라고 했던 그답게 마지막까지 연재를 마치고 마지막 인사는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인 12월 13일에 게재됐다. 그는 이런 작별 인사를 전한다. “친애하는 여러분 거의 50년 동안 찰리 브라운과 친구들을 그릴 수 있었던 저는 정말 운 좋은 사람입니다. 찰리 브라운, 스누피, 라이너스, 루시… 제가 어찌 이들을 잊을 수 있을까요.” 마지막 25권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헌사도 들어가 있다. “희망, 불안, 짝사랑의 격렬한 고통,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하는 자기 탐구 그리고 결국은 모두 괜찮아질 거라는 마음 편한 인식… 피너츠는 수십 년 동안 날마다 우리의 안전 담요가 돼주었습니다.” 피너츠의 그 천진한 세계는 나에게도 따뜻한 담요였다. 312쪽, 2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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