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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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니스 팀 우 지음│조은경 옮김│소소의책

페이스북·구글·아마존 등 ‘빅 3’
마구잡이식 인수합병의 결과물
상위 1%가 세계 富 45%나 차지
양극화는 민족·전체주의 재소환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하게 되면
분노의 정치로 회귀 가능성 커져
합병통제·수익재분배 실시해야


“국가가 거대 기업의 규모와 힘을 제어하지 못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팀 우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쓴 ‘빅니스’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거대 기업에 집중된 사적 권력이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원제를 ‘The Curse of Bigness(거대함의 저주)’라고 붙인 이유다.

저자가 보기에 미국 기술 산업계는 페이스북(소셜미디어)·구글(검색 엔진)·아마존(온라인 상거래)의 독점체제로 재편됐다. 이들 회사는 잠재적 경쟁자가 나타나면 거액을 쏟아부어 인수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페이스북은 마이스페이스·인스타그램·와츠앱 등 90건 이상의 합병을 체결했고, 구글은 유튜브·애드몹 등 무려 270개 기업을 사들였다. 정부가 “소비자가 입을 피해가 불분명하다”며 인수·합병(M&A)을 모조리 승인한 결과였다.

사적 권력의 ‘독점 카르텔’ 형성으로 2015년 미국 상위 100개 사의 평균 시가총액은 하위 2000개 회사보다 7000배나 커졌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경쟁을 차단한 이탈리아 안경회사 룩소티카, 당국의 지원 아래 중국인의 ‘필수 앱’을 만든 위챗 등 사례는 수두룩하다. 저자가 직접 거론하진 않지만, 한국 역시 코스피 시가총액 2∼10위 회사를 모두 합해야 1등 기업과 비슷할 만큼 부의 집중현상이 심해졌다. 기술 기업 카르텔이 “모든 곳에 산재해 우리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아는” 정보 독점으로 이어졌다면, 룩소티카 같은 회사의 독점은 “원가는 내려가는데 가격은 비싸지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상위 1%가 세계 부(富)의 45%를 차지하는” 현격한 빈부 차이 역시 사적 권력 비대화의 한 단면이라고 꼬집는다.

부의 양극화는 외국인 혐오 등 민족주의와 전체주의를 다시 소환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20세기 초중반 세계사 흐름과 유사하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1920년대 말∼1930년대 초 독일과 일본에선 중공업·제조업 부문의 카르텔 기업이 굳건한 지위를 구축했다. 곧이어 불어닥친 세계 공황은 경제적 곤궁에 내몰린 국민이 아돌프 히틀러 같은 극우 파시스트를 지지하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독점 기업들은 정부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전쟁에서도 구체적 역할”을 수행했다. “경제구조가 ‘위험한 정부’의 정치 독재를 낳는 데 일조한” 것이다. 저자는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한 상황에 대한 모멸감이 분노의 정치로 회귀하는 오늘의 모습”을 보며 “심각한 경제위기가 한 번만 더 일어나면 민주주의는 끝장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사적 권력의 집중도와 부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해법으로 21세기 중반 파시즘과 경제 공황의 참상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반(反)독점 프로그램’을 지목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은 독일이 ‘정치적 또는 경제적 공격의 도구’로 독점기업을 이용할 수 없게 하는 법을 제정했고, 미 군정 역시 일본 경제를 장악하던 기업 연합체 ‘자이바쯔(財閥)’를 해체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반독점 전통은 빠르게 퍼져나가 수십 년 만에 100여 개 국가가 반독점 관련 법을 마련하는 데 이르렀다. 미국이 20세기 후반 IBM·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법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에 제동을 건 것 역시 강력한 반독점법 덕분에 가능했다. ‘질서 자유주의’에 기반한 반독점 프로그램은 “고삐 풀린 자본주의와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주의 사이에서 찾은 제3의 길”이자 “공산주의자들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길들이는 대담한 조치”였다.

이렇게 “불평등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듯했던 반독점 전통은 신자유주의가 주류 경제이념으로 부상하며 급속히 힘을 잃었다. 질서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모두 인간이 교역을 추구할 자유를 신봉한다.

하지만 ‘자유는 보호되지 않으면 자유 자체가 파괴된다’고 믿는 질서 자유주의와 달리 신자유주의는 ‘거의 모든 형태의 국가개입에 반대’하며 독점은 물론 독점을 지원하는 정부까지 용인했다. “단지 한 세대가 지난 후 상업과 금융의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경쟁’과 ‘경제적 자유’의 이상을 조롱거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에 저자는 반독점 전통을 되살리는 구체적 방식으로 ‘합병 통제’와 ‘수익 재분배’를 제시한다. 합병 이후 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하지 않을 책임을 부과하고, ‘법인세 인하’ 기조를 중단해 영업이익의 재분배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터 같은 글로벌 무대에서 승리해야 하므로 보호해달라”는 기업의 논리는 “국수주의적이고 피상적인” 핑계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서문의 표현대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로 돌아오는 간단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지만, 직선으로 돌진하는 메시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220쪽, 1만6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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