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시상 앞두고 제한
할리우드 감독·배우 잇단 비판


화제의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사진)가 미국 권위의 시상식인 골든글로브에서 ‘차별’을 받은 데 대해 할리우드 현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엄연한 미국 영화인데 한국어 대사가 많다는 이유로 본상인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되는 건 ‘난센스’라는 지적이다.

내년 2월 28일 시상식을 앞두고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50% 이상 영어 대사 룰’을 들어, 대부분 한국어 대사로 이뤄진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부문으로 제한하자 할리우드의 감독·배우·프로듀서 등이 잇따라 HFPA의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페어웰’을 만든 중국계 미국 감독 룰루 왕은 24일 SNS를 통해 “나는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보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제 미국인은 오로지 영어만 쓴다는 (HFPA의) 고루한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인기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했던 한국계 미국 배우 대니얼 대 김은 “골든글로브의 결정은 ‘미나리’가 미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캐나다 인기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의 시무 리우도 “기록으로만 보더라도 ‘미나리’는 미국 제작사, 미국 감독, 미국 프로듀서가 만든 미국 영화”라고 강조했다.

몇몇 영화 저널리스트들은 HFPA의 위선을 꼬집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바벨’은 영어 비중이 거의 없는데도 작품상 후보 부문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나왔던 배우 해리 슘 주니어는 “타란티노 감독의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화였다.

그러나 ‘미나리’ 같은 대접을 받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씨네 편의점’에서 시무 리우의 친구로 나왔던 앤드루 펑은 “인종차별이고 완전히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파친코’의 저자 이민진도 “‘미나리’는 새로운 미국인에 관한 미국 영화다. 원주민을 제외한 미국의 모든 사람은 선택이든 강제적이든 다른 곳에서 왔다. 영어는 토착어가 아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영구적으로 외국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미나리’는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가 제작하고, A24가 투자·배급하고 있다. 한국계이지만 정이삭 감독이나 주연배우 스티븐 연은 모두 미국인이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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