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이름을 남기는 게 아니다.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킨 질병도 환자와 사망자를 낳고 역사에 이름을 새기고 흔적을 남긴다. 콜레라(cholera)도 그랬다. 한자 이름 호열자(虎列刺)는 일본에서 건너왔다. 1822년 무렵 일본에 콜레라가 처음 발병한 이래 30여 년 뒤 대유행했을 당시의 이름은 코로리(虎狼痢)였다. 호랑이처럼 무섭고 이질 증상을 보이는 질병이란 뜻이다. 나중에는 코레라(虎列剌)로 바뀌었다. 이 이름이 우리나라로 건너왔을 때, 어그러질 랄(剌)자가 찌를 자(刺)자로 와전돼 호열자로 정착돼 오늘에 이른다. 중국에서는 음역해 후례라(虎列拉)라고 했다. 한·일·중의 콜레라 이름이 같은 듯 다른 배경이다.
학질모기에게 물려서 감염되는 말라리아의 한자 이름은 학질(학疾)이다. 순우리말로 고금 또는 며느리고금이라고도 했다. 어려운 한자어가 많은 한방의 한글이라 반갑다. 이 학질은 이름뿐 아니라 관용구까지 남겼다. 괴롭거나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느라 진땀을 빼거나 그것에 거의 질린 상황을 가리키는 ‘학을 뗀다’는 표현이다. 그런가 하면, 어문학자들의 고민이 엿보이는 질병 이름도 있다. 2002년 겨울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2년 4월부터 중동 지역에서 감염자가 발생한 메르스(MERS)의 다른 이름은 중동호흡기증후군이다. 이 두 질병은 똑같이 ‘RS’로 끝나지만, ‘스’와 ‘르스’로 표기가 다르다. 메르스의 경우 중동이 배경이어서 아랍어식으로, 사스는 영어식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발생 1년을 맞았다. 애초에는 우한(武漢)폐렴이란 이름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 이름은 코비드19(COVID-19)도 아닌 코로나19로 개명됐다. 이 신종 감염병의 변종이 영국에서 나타나 또다시 전 인류를 긴장시킨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할지, 어떤 악명을 남길지 두렵다. 지금까지 국내 코로나19 누적 검사는 388만2000여 건, 누적 확진자 5만3500여 명에 사망자만 750여 명이나 된다. 그런데 1류 의료 기술과 국민의 인내· 동참으로 이뤄낸 K-방역을 백신을 못 구한 ‘3류 정치’가 망치고 있다. 국민이 코드 정치에 학을 뗀다면 ‘후과(後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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