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지지층의 조국 지키기
검찰 개혁 프레임으로 전환
팬덤 정치… 민주주의 퇴행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후보로 지명한 이후 제기된 여러 논란으로 시작된 이른바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의 진영 간 대립을 극단으로 치닫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검찰개혁을 제대로 하려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길들이기’라는 프레임을 덧씌운 여권과 지지층의 맹목적인 조 전 장관 지키기 속에서 불의가 정의로, 불공정이 공정으로, 거짓이 진실로 뒤바뀌었다. 조 전 장관과 상당 부분 범죄 혐의를 공유하고 있는 부인 정경심 교수가 23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여권 주장의 허상이 드러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사실이 사실의 지위를 되찾는 데 무려 1년이 걸렸다”고 평가했다.

조 전 장관 사태가 불러온 가장 큰 사회적 후과는 현 정부가 표방해 온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자녀 진학을 위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고 재산증식 과정에서도 여러 불법적인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여권은 이를 검찰개혁에 저항하려는 검찰의 부당한 공세로 규정했다. 조 전 장관의 지지층은 서초동에 모여 ‘검찰개혁’을 부르짖었다. 조 전 장관은 부도덕한 공직자에서 순식간에 검찰개혁을 위한 순교자로 둔갑했다. 조국 사태는 정치적으로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기폭제가 되면서 민주주의가 퇴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의 반격은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강행으로 귀결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총대를 메고 윤 총장 공격에 나섰고, 여러 절차적·내용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 징계를 관철했다. 지지층은 불법적인 검찰총장 공격을 개혁이라고 옹호했다. 헌법적 근거가 없는 공수처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보유한 채 사건이첩 권한을 통해 검찰과 경찰을 사실상 지휘하면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상실했다는 합리적 지적도 반대편의 트집 잡기로 폄하됐다.

검찰개혁이 본질을 벗어난 방향으로 흘렀지만, 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다시 ‘적폐 세력’ 심판론이 힘을 받았고 이는 여당의 유례없는 압승으로 이어졌다. 확실한 수적 우위를 확보한 여당은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했고, 부동산 관련법 처리를 시작으로 입법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 절차와 관행을 무시한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일이 이제 일상이 됐다.

법원의 판단으로 친조국파의 ‘믿음’이 지닌 허상이 드러났지만, 여권과 그 지지자들이 생각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 이미 스스로 구축한 대안적 세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관련기사

조성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