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쌍용자동차가 지난 21일 기업회생절차, 즉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는 일단 개시되면 모든 채무관계가 동결되기 때문에 채권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제도다. 특히, 국책은행이 채권자라면 사실상 망한 회사를 연명시키기 위해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쌍용차 경우에도 이러한 유형에 해당하는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쌍용차가 부도에 직면한 채무액은 대략 165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900억 원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자이며, 우리은행 150억 원, 외국계 은행은 600억 원 등의 채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쌍용차가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한 채무 만기일에 변제를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보면 해당 채무를 완전 탕감받으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우리은행도 모회사인 우리금융그룹의 최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18.32%), 2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8.37%)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책은행이어서 탕감 회피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이번 탕감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GM에 대한 산업은행의 신규 투자를 들 수 있다. 2018년 산업은행은 무의결권 주식 취득을 조건으로 8100억 원을 한국GM에 추가 투자했다. 쌍용차도 그런 회생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정부의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즉, 혈세를 투입해서라도 쌍용차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쌍용차는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판매량이 20% 넘게 감소하는 등 4년 넘게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자본잠식률도 86%를 넘어 지난해 말보다 40% 넘게 악화했다. 또한, 인건비 등 고정비 비율이 높고 연구·개발(R&D)비가 부족해 신차를 개발할 여력이 없어 앞으로도 경영난 극복이 어려워 보인다고 한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쌍용차에 2009년 법정관리 때 정리해고됐던 2000여 명의 복직을 강요한 바 있다. 결국, 이들의 복직이 생산비용의 급등을 초래했고 오늘날의 화(禍)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쌍용차의 구조조정이 문 대통령의 노조 편들기 때문에 실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문 정부의 노조 편들기 때문에 이번에도 국민의 혈세로 연명되는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국민의 혈세로 쌍용차를 회생시키는 건 어불성설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로 시장이 이전되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답은 쌍용차 노조가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내하고 자동차 시장 변화에 알맞은 신차 개발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좀비 기업’을 정부 지원으로 회생시킨 예는 많지 않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의 삶의 무게도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국민에게 기업회생의 짐까지 전가하는 건 국민 배신행위다. 일각에선 쌍용차가 정부 간섭 없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일찍 단행했더라면 지금처럼 어려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결국, 문 정부의 노조 편향 정책이 모두를 힘들게 만든 것이다. 이번 쌍용차 사태를 계기로 ‘좀비 기업’은 더는 혈세로 연명할 수 없다는 원칙이 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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