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과제는
별세포의 다음 탐험은 어느 곳일까.
이창준 박사에게 후속 연구계획을 물어봤다. 크게 두 곳으로 추린 미래 행선지는 너무 신기해 믿기 힘들 정도였다. 이 박사는 “만약 답을 찾아낸다면 노벨상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첫째, 별세포가 기억의 저장장소가 아닐까 하는 질문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뉴런이 메모리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뉴런에 동일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면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이 강해진다. 이를 장기강화(LTP·Long Term Potentiation)라고 한다. 갈수록 최초 자극보다 더 작은 자극에 더 많은 화학물질을 분비하기도 하고, 시냅스 연결 가짓수도 늘어난다. 기억의 본질은 LTP 자체이며, 이는 뉴런에서 일어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 박사팀은 별세포에 물이 안 들어가면 기억이 사라지는 현상을 새로 발견했다. 별세포의 표면에 물이 드나드는 ‘아쿠아포린4’ 수로가 있다. 이를 차단했더니 LTP가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기억이 형성되지 않았다. 다시 물이 들어가게 하자 별세포가 통통해지면서 LTP, 즉 기억 생성이 활발해졌다. 아쿠아포린4 유전자 우성 실험자는 뇌가 크고 언어능력 관장 부위도 커져 있었다. 이 박사는 “뉴런이 오히려 메모리칩을 잇는 전선에 불과하고, 별세포가 기억 저장장치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둘째, 치매 치료를 넘어 노화의 정복이다. 이 박사는 최근 줄기세포 학회에서 척수 손상 회복 실험을 발표했다. 도마뱀은 꼬리가 끊어져도 새로 생긴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이유는? 포유류 이상의 동물에서는 ‘가바(GABA·억제성 신경전달물질)’가 과잉 생산되기 때문이다. 가바는 뉴런을 멈추는 브레이크에 해당한다. 가바를 줄이면 뉴런이 죽지 않고 재생된다. 병든 반응성 별세포는 크기가 커지며 평소보다 많은 양의 가바를 생산하게 된다. 이 박사는 “가바만 잘 겨냥해 못 만들게 하면 뉴런 재생이 활발해지면서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에서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노화의 비밀도 밝힐 수 있다. 가바로 인해 뇌가 억제되면 기억력이 감소하고 뉴런이 점점 죽는다. 이 박사 팀은 반응성 별세포에서 과다 생성된 과산화수소가 다양한 단백질에 손상을 주고 결국 뉴런의 사멸로 이어진다는 기전을 파헤쳤다. 원래 박테리아 등 외래 이물질 공격용인 과산화수소가 지나치면 자멸로 이끈다는 것. 브레이크는 가바이지만, 퇴행은 과산화수소 같은 활성산소종(ROS) 때문이라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마법의 탄환이 마오비(MAO-B) 효소다. 세포 내 에너지 생산공장인 미토콘드리아 표면에 산다. 마오비는 가바와 ROS 생산 명령을 내린다. 마오비를 억제하면 브레이크와 퇴행을 동시에 막을 수 있는 셈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별세포의 다음 탐험은 어느 곳일까.
이창준 박사에게 후속 연구계획을 물어봤다. 크게 두 곳으로 추린 미래 행선지는 너무 신기해 믿기 힘들 정도였다. 이 박사는 “만약 답을 찾아낸다면 노벨상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첫째, 별세포가 기억의 저장장소가 아닐까 하는 질문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뉴런이 메모리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뉴런에 동일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면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이 강해진다. 이를 장기강화(LTP·Long Term Potentiation)라고 한다. 갈수록 최초 자극보다 더 작은 자극에 더 많은 화학물질을 분비하기도 하고, 시냅스 연결 가짓수도 늘어난다. 기억의 본질은 LTP 자체이며, 이는 뉴런에서 일어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 박사팀은 별세포에 물이 안 들어가면 기억이 사라지는 현상을 새로 발견했다. 별세포의 표면에 물이 드나드는 ‘아쿠아포린4’ 수로가 있다. 이를 차단했더니 LTP가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기억이 형성되지 않았다. 다시 물이 들어가게 하자 별세포가 통통해지면서 LTP, 즉 기억 생성이 활발해졌다. 아쿠아포린4 유전자 우성 실험자는 뇌가 크고 언어능력 관장 부위도 커져 있었다. 이 박사는 “뉴런이 오히려 메모리칩을 잇는 전선에 불과하고, 별세포가 기억 저장장치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둘째, 치매 치료를 넘어 노화의 정복이다. 이 박사는 최근 줄기세포 학회에서 척수 손상 회복 실험을 발표했다. 도마뱀은 꼬리가 끊어져도 새로 생긴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이유는? 포유류 이상의 동물에서는 ‘가바(GABA·억제성 신경전달물질)’가 과잉 생산되기 때문이다. 가바는 뉴런을 멈추는 브레이크에 해당한다. 가바를 줄이면 뉴런이 죽지 않고 재생된다. 병든 반응성 별세포는 크기가 커지며 평소보다 많은 양의 가바를 생산하게 된다. 이 박사는 “가바만 잘 겨냥해 못 만들게 하면 뉴런 재생이 활발해지면서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에서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노화의 비밀도 밝힐 수 있다. 가바로 인해 뇌가 억제되면 기억력이 감소하고 뉴런이 점점 죽는다. 이 박사 팀은 반응성 별세포에서 과다 생성된 과산화수소가 다양한 단백질에 손상을 주고 결국 뉴런의 사멸로 이어진다는 기전을 파헤쳤다. 원래 박테리아 등 외래 이물질 공격용인 과산화수소가 지나치면 자멸로 이끈다는 것. 브레이크는 가바이지만, 퇴행은 과산화수소 같은 활성산소종(ROS) 때문이라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마법의 탄환이 마오비(MAO-B) 효소다. 세포 내 에너지 생산공장인 미토콘드리아 표면에 산다. 마오비는 가바와 ROS 생산 명령을 내린다. 마오비를 억제하면 브레이크와 퇴행을 동시에 막을 수 있는 셈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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