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세포 생물학 세계적 석학
IBS 인지교세포연구 이끌어
“美·유럽도 우리 연구 추종”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인 이창준(사진) 박사는 별세포 연구의 개척자다. 교세포 과학(Glioscience), 특히 별세포 생물학(Astrocyte Biology)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뇌과학을 뉴런 중심의 신경 과학(Neuroscience)에서 교세포 과학으로 확장하면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진단 및 치료에서 새 길을 열고 있다. 미국에서 학자의 길을 걷던 그는 2004년 선배의 권유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거쳐 2018년부터 IBS 연구단장으로 인지교세포과학그룹을 이끌고 있다. 여전히 뉴런에만 매달리는 주류 뇌과학 연구집단과 차별화된 뇌과학의 별동대인 셈이다.
―남들이 뉴런만 바라볼 때 교세포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 생리학 전공으로 석·박사를 할 때 뇌과학자였던 지도교수의 권유로 뉴런 연구부터 시작했다.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의 수용체를 찾는 일이었다. 그런데 수용체가 뉴런이 아닌 교세포(별세포)에 있었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별세포도 뉴런처럼 인간의 인지 기능에 주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외면받던 교세포가 주목받는 과정이 1970년대 유전체학의 ‘정크(Junk) DNA’ 오류와 비슷해 보인다. 당시 전체 유전자 중 90%나 되는 비암호(Non-coding) DNA는 별다른 쓸모가 없는 것으로 오해받았다. 생명의 제조법이라 할 단백질 합성 암호를 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30년 이상의 후속 연구에서 이들이 암호 DNA를 켜고 끄는 스위치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점차 드러났다. 이런 비유를 별세포에 해도 될까.
“듣고 보니 그렇다. 참 비슷하다. 별세포를 포함한 교세포는 뇌 속에 가장 많지만 100년 이상 조수쯤으로 낮춰 봤다. 뉴런이 정보를 실어 나르는 전선(wire)이라면 주위에 저항이나 다른 회로도 필요하다. 별세포는 그런 균형을 잡는 데 중요하다. 내가 갑자기 컵을 기자에게 던지면 본능적으로 팔을 뻗어 잡지 않나. 우리가 이렇게 사물을 인지할 때 뉴런이 작용한다. 신호전달물질이 빨리 생성되며 전달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분이 우울하다든가, 뭔가 찌뿌둥하다는 기분은 설명하기 어렵다. 별세포의 신호전달 기제는 뉴런보다 훨씬 느리다. 빨리 전달해야 할 때도 있지만, 느리게 전달해야 할 경우도 있으니까. 뉴런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1000분의 1초 간격이라면 별세포는 초, 심지어 분 단위의 슬로 타임 스케일로 전달한다. 하루에 여러 차례 컨디션이 변하는 일(日)주기를 설명할 수 있는 강력 후보다.”
―교세포 연구의 의의는.
“교세포가 미래다. 추종 연구그룹이 늘고 있다. 한국 교세포 팀의 영향을 받아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도 교세포 연구 논문들이 나왔다. 내가 바라는 계획 중 하나가 후배 과학자들이 교세포 연구를 하게 됐으면 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앞서는 미래를 희망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 교세포학회도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었다. 우리 실험실에 20여 명의 교세포 연구자가 있고, 졸업생들은 포스닥·교수·연구원이 돼서 교세포 연구를 확산시키는 중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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