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학생들 돕던 경남후원회장
매년 10명씩 선정 장학금 지원
송씨와는 中 2학년때부터 인연
재단 프로그램으로 첫 해외行
모르는 형·누나들과 단체활동
낯선 경험이 성장 밑거름으로
“상황이 힘들어지면 힘들어질수록 언젠가 얻게 될 보상도 더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고난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가 결과를 다르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만점자들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2020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송영준(20) 씨도 그랬다. 그는 ‘전교 꼴찌’에서 수능 만점의 신화를 이뤄내 특히 더 관심을 받았다. 김해외고 입학 후 첫 시험에서 전교생 127명 중 126등이라는 꼴찌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가 3년 뒤 수능 만점을 받고 서울대에 합격했다. 그는 현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재학 중이다.
사람들은 송 씨의 수능 만점 성공 신화, 일명 ‘공부 머리’에 관심이 많지만, 사실 그는 알고 보면 ‘태도’가 좋은 사람이다. 송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문제집 살 돈이 모자라 중학교 때부터 단 한 번도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땐 아버지를 여의고 잠시 방황도 했다. 김해외고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입학했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홀어머니를 떠올리면서, 외고를 포기하고 취업을 위해 공고 전학을 고려한 적도 있었다. 힘든 상황이 여러 번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동력은 결국 그의 강인한 정신력과 요행을 바라지 않는 태도에 있었다.
송 씨는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No pain, No gain)’는 좌우명을 믿는다. 공부에 지칠 때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이걸 다 견뎌낸 다음에 얻을 보상이 대체 얼마나 엄청난 것일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더 힘을 냈던 것 같다. 저는 힘들 때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포기하거나 그럼에도 이 악물고 더 노력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포기하고 싶진 않은 약간의 승부욕도 있어서 더 노력할 수 있었던 것도 있다”고 말했다.
송 씨의 좋은 자세 덕분인지 든든한 후원자도 나타나 그의 성장을 도왔다. 송 씨가 중학교 2학년이던 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후원회 회장직을 맡았던 손종호 후원자가 송 씨의 학비를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재단에 따르면 손 후원자는 2011년부터 매년 10명 정도의 학생들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후원회장 자리를 내려놓았지만 대학생이 된 송 씨를 포함해 현재 8명에게 여전히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송 씨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네팔 해외봉사에 참여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그는 “중3 때 기회가 돼 재단의 네팔 해외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살면서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는 거였고, 친구들이 아닌 전혀 모르는 형, 누나들과 단체활동을 하는 경험이었는데 조금 무섭고 떨렸지만 이내 적응돼서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네팔에서 만들고 왔다. 말이 전혀 안 통하는 아이와 바람개비를 만들어 같이 놀고, 해발 2700m에서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바라봤던 기억들은 정말 평생 추억으로 간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책상에서 머릿속에 지식만 넣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삶의 기반과 조건에 대해 고민하고, 성실히 노력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꾼 송 씨는 본인의 삶에 후회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성인이 되면 수능 공부만 잘하는 건 큰 장점이 없어진다. 되레 말하기 능력이나 외국어 실력 등이 필요해지는데, 다행히 학창 시절 토론 대회나 말하기대회 같은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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