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아들 위해 대법관 꿈접고
부장판사 끝으로 변호사의 길
15년째 자폐인사랑협회 이끌어
“하루 늦게 죽기 바라는 부모들
더 이런 마음 갖지 않아도 되길”
“수상자를 추천하거나 시상하는 쪽 일을 주로 하다가 막상 상을 받게 되니 민망한 마음뿐입니다. 젊은 변호사에게 힘을 실어 주는 상이라고 생각해 굳이 받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지난 22일 대한변호사협회 주최 ‘제9회 변호사 공익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용직(66·사진) 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상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변호사는 공익적인 마인드가 기본이 돼야 선비 사(士)자를 써 주는 사회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장애인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하는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구제와 인권 신장에 헌신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모든 장애인 단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난 8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도 다시 맡았습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것이 멈춰 있다시피 한 상황에서 비축된 내공을 쏟아내 열심히 해 보려 합니다.”
김 변호사는 자폐성 장애인 아들을 위해 대법관의 꿈을 접고, 2001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었다. 이후 2006년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설립을 주도하고 현재까지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 왔다. “자폐인사랑협회 회장을 15년째 하면서 지치기도 했지만, 어려운 일일수록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큰 수확 중의 하나입니다.”
그는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척박한 현실에서 2014년 발달장애인법 제정에도 기여해 ‘자폐 장애인의 대부’로 불린다. 내년에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궁극적인 목표로 오랜 기간 심혈을 쏟아 온 ‘장애인특별수요신탁’을 제도화하는 데 더욱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당사자를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자폐성 장애인을 남겨 놓고 눈을 감기 어려운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으로 시작한 장애인특별수요신탁을 같은 어려움을 겪는 중증 장애인과 가족들, 또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비장애인들까지 포괄하는 내용으로 설계해 제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이어 “내가 죽어도 아이가 혼자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고, 중증 장애인 부모들이 ‘자녀보다 단 하루만 더 늦게 죽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고취를 위해 지난 10월 가상 마라톤 대회인 ‘버츄얼 레이스’를 열었다. “자폐성 장애에 대한 대처가 마라톤과 같이 장기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대회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첫 행사인데도 1500명 정도나 참가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그는 “참가비를 기부금으로 처리해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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