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G 스쿨’이라는 50~60대 전용 대학을 설립해 국민 누구나 60세 이후를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염재호(전 고려대 총장·사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60세 이후 최소 30년을 더 살 텐데, 모두 아무 준비를 안 하고 있다”며 “20대에 향후 30년을 살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는 등 미리 준비한 것처럼, 50~60대에도 이후 30년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염 교수가 말하는 3G 스쿨의 ‘G’는 제너레이션(Generation)의 약자이고, 3세대는 환갑(60세) 이후의 삶을 말한다. 그는 3G 스쿨에 대해 “가령, 연금을 받는 교수나 교사는 정말 하고 싶었던 문사철(文史哲)이나 영화·클래식 관련 수업을 듣고, 경제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졌던 직업과 관련한 컨설팅도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갖춘 학교”라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현재 다수 대기업 등에 이 같은 학교를 설립해 줄 것을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 염 교수는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54만 명 수준이던 대학 신입생이 39만 명 규모로 줄어들어 문 닫는 지방 대학이 대규모로 발생할 것”이라며 “대기업이 위기에 처한 지방대를 인수해 3G 스쿨로 만드는 게 창의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교육계에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돌고 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언급했다. 부부가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대학의 기숙사를 ‘부부 중심’으로 개조하고, 비싸지 않은 등록금으로 수업도 함께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염 교수는 “개인은 은퇴 이후를 준비하고 정부는 복지 비용을 아끼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며 “지방에 혁신도시 여럿 만드는 것보다, 이런 식의 대안이 지방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공법’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 교수는 고령자의 ‘지혜’(wisdom)를 충분히 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 가면 70세 넘은 웨이터나 바텐더를 흔히 볼 수 있고, 이들이 젊은 사람보다 훨씬 친절하고 일도 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할 의지가 있고 일할 능력이 있는 우리의 고령 인구가 제대로 일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현재의 틀 안에서 20세기 방식으로 고령화 등 미래 문제를 풀려고만 한다”고 지적하며 “과거에 집착하고 누군가를 죄인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대안을 내놓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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