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당선소감

아주 오래전 누군가 나를 위해 죽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믿었다. 그 불가능을 속삭였던 입술은 이제 영원한 뒷모습으로 내게 남아 있다. 내게 주어진 이야기. 이 믿음으로 사람 하나 불러 세우지 못하지만, 한편으론 이 믿음으로 가능한 생활이 있다면, 그것이 전부라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죽음이 나와 무관하지 않으므로. 여전히 그 뒷모습이 누구의 것인지 모른다. 그것은 퇴근길 전철에서 졸고 있는 흐린 눈이었다가, 국밥집에서 보았던 알찬 팔뚝이었다가, 같은 우산 아래 설핏 닿은 손등이었다가, 빈 유모차를 밀고 가는 둥근 이마였다. 어쩌면 내가 아닌 모든 것일지도. 나의 생활이 되도록 그 누군가를 향한 애도이기를 바랐지만, 부끄럽게도 충분한 적이 하루도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도 기다렸다. 기다림 없이 기다렸다. 언젠가 내가 당신을 위한 품 하나를 온전히 그려볼 수 있기를. 매일 저녁 꼬박꼬박 수원지의 둘레를 달리듯, 불안한 내가 완전한 원을 결코 그릴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이제 더 이상 문학에 구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삶에 대한 어떤 자세를 나는 문학에서 길어 보았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가 있었다. 돌 하나를 쥐고 네가 오고 있다고 들었다. 미리 마중 나와 기다려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한 시절을 묶어 두고 사람들을 떠나 있었다. 그동안 외면했던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용서와 화해로 생활을 돌보던 나날을 지나, 지금 어딘가에서 나를 기억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가장 먼저 건강과 안부를 묻고 싶다. 문학을 통해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함께 무수히 산에 올랐던 꽃가루 산악회 친구들에게. 전당포 필름의 태민이 형과 캔버스 앞의 빈이 형에게. 늘 멀리 떠나 있던 나를 향해 손 흔들어 준 동생 수안이와 부모님께, 여러 계절을 지나 곁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껴 발음하는 단 하나의 소리에게, 감사와 애정을 접어 부친다. 문득 너무 먼 곳에 있는 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보이지 않아도 곁에 있다고 적어 보았다.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동물생명학을,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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