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김형중
■ 평론 심사평

좋은 평론은 텍스트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다룰 만한, 혹은 다뤄야만 하는 작품을 선별할 줄 아는 시야, 그것이 평론가의 기본이다. 그다음은 문장력이다. 평론에도 구성이 있고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두 기준에 부합한다 싶은 글들을 골라놓고 보니, 열 편이 남았다. 재독했다. 결국 세 편을 두고 오래 망설였다.

‘외계인들의 기억방식-김초엽 소설세계의 존재론’ ‘소설의 존재론, 독자의 플레이-이상우론’ ‘착란의 시간, 착상의 언어-김민정 시세계의 변모 과정’이 그 글들이다.

김초엽론은 신선했다. ‘장소 없음’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김초엽의 과학소설(SF)들을 요모조모 분석한 전반부, 그리고 후반부는 한국 문학장 내에서 김초엽이 자리하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문제제기와 아이디어가 많았다. 그러나 구성이 매끄럽지 못해 전·후반부가 단절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문체에 대한 고민도 더 필요해 보였다.

이상우론은 깔끔했다. 되블린의 ‘영화적 글쓰기’로부터 논의를 시작해서, 얼핏 그와 유사해 보이는 이상우의 소설이 어떻게 그런 식의 글쓰기를 교란하고 넘어서는지를 분석한다. 분석은 형태론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치밀하다. 오래 눈이 가는 평론이었으나 끝내 이 글을 선택하지 못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일관된 논지 탓이었다. ‘독자가 플레이하는 소설’이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이 글은 전혀 한눈팔지 않는다. 그러나 과하게 일관된 전개가 글쓴이의 시야를 제한한다.

반면 김민정론은 풍성했다. 평론은 이론적 재단을 가급적 줄이고, 작품과의 접면을 최대한 늘릴 때 풍성해진다. 김민정의 중요한 시어와 이미지들을 마치 다시 쓰기 하듯 자신의 문장들 속으로 옮겨 오는 솜씨에서 대상에 대한 글쓴이의 애정이 느껴졌다. 김민정의 전체 시세계를 비평적으로 서사화해내는 통시적 안목도 탁월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글이 한국 문학장의 최근 흐름과 어떻게 연동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은 단 한 편의 글만을 세상에 내놓은 신인에게는 과한 것이리라.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심사위원 김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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