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론 당선소감

내가 쓰지 않은 글들이 좋았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은 위험하지 않아서 오랫동안 테두리를 만지기가 편했다. 소설집보다는 시집을 많이 쌓아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와는 무관한 언어를 가깝지 않게 붙잡아두고 싶었다. 시 평론을 쓸 바에 차라리 시를 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글쎄’라고 답했지만 사실은 ‘겁이 많아서’라고 답하고 싶었다. 아무도 상처 줄 수 없으나 나만을 찌를 수 있는 칼을 만드는 것 같아 무서웠다. 뭔가를 써야겠다 싶은 날이면 내가 쓰지 않은 글들에 대해 썼다.

테두리를 만지다 생각지도 못하게 베이는 순간에는 날카로운 면을 반대로 돌렸다. 시로 인해서 나는 적당히 아프고 다른 사람들은 많이 아팠으면 좋겠다. 느낌표를 잘 쓰지 않는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남의 글을 고치는 낮과 남의 글에 대해 쓰는 밤을 살고 있다. 의자를 오랫동안 차지하는 승객처럼, 나는 내가 말하지 않은 문장들 옆에 부디 계속 앉아 있고 싶다.

문학 옆에서 꾸준히 앉아 있을 방법을 가르쳐 주신 전동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생각해보면 벽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 때마다 교수님을 찾아뵈었던 것 같다. 이제는 항상 좋은 소식으로 연락을 드리고 싶다. 윤지영 교수님께도 감사를 전한다. 교수님과의 두 시간 남짓한 대화가 없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평론을 사랑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평론가의 자세를 가르쳐주신 하상일 교수님, 나의 가능성을 발견해 준 문화일보와 심사위원분, 긴 시간 붙잡았던 김민정 시인께도 감사를 전한다. 언제나 나를 믿어주는 엄마와 언제나 나를 의심하는 동생에게도 고맙다고 전하며, 마지막으로 남의 축하를 싣고 나른다고 당신의 축하는 미뤄두시는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1994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동의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출판사에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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