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27만명… ‘30만 붕괴’
현금살포 위주의 정책 실패

인구도 2만↓… 사상 첫 감소
“여성·고령층 노동시장 늘려야”


정부가 매년 저출산 대책에 수십조 원을 쏟고 있지만, 지난해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보다 낮은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를 보이는 등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출산·양육수당에 방점이 찍힌 ‘현금 살포’가 아닌 출산과 결혼을 꺼리게 하는 노동·주거·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4일 행정안전부(행안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등록)자 수는 27만5815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최근 10년 사이 2011년과 2012년, 2015년을 제외하면 매년 전년보다 출생아 수가 줄었으며 2015년 이후 5년째 감소 추세다. 이는 정부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에 약 200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딱히 기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단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자녀 출산 직후에 집중된 수당과 지원금 확대 위주의 단편적 현금지원정책에서는 당장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출산 문제가 고용, 주택, 양육, 교육 등 생애 전반에 걸쳐 여러 사회의 축과 연결된 만큼 복지 생태계가 작동할 거시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출산에 대한 젊은층의 부정적인 인식은 서비스나 현금 지원 등 인센티브식 정책으로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청년층 다수가 결혼과 출산의 중요축인 고용, 주택, 교육 등의 문제에서 포기 상태에 있는데 고용 안정, 주거 안정을 통해서 미래 사회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결혼과 출산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고비용 문제, 학력·성별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해 청년들이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구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젊은 세대에 출산을 장려해 인구를 늘리는 방식은 정책적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유휴인력’을 활용해 노동시장의 일하는 인구를 늘리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과 퇴직 고령층을 활용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는 “젊은층의 출산율을 끌어 올리는 것 못지않게 이제 고령인구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중요해졌다”며 “임금 피크 활성화 및 질 좋은 일자리 제공을 고민해볼 때다”라고 설명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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