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현의 자유 침해… 자가당착
위대한 유산 쓰레기통에 처박혀”
5·18연구소 “왜곡 정당화 안돼”
法 정당성 놓고 찬반 공방 계속
광주민주화항쟁의 산실인 전남대에서 최근 교직원 온라인 게시판에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5·18 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한 찬반 공방이 펼쳐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는 침범 불가의 ‘성역’ 자체였지만 여당이 입법화해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5·18 역사왜곡처벌법이 오히려 ‘5·18정신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호남지역에서 제기되면서 이성적 토대에서 전국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2일 김재호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민주주의와 5·18을 모욕하는 악법을 폐지하라’는 성명서를 교직원 게시판에 올린 뒤 전남대 부설 5·18연구소에서 ‘5·18연구소 입장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논쟁이 촉발됐다. 이후 5·18 역사왜곡처벌법의 정당성을 놓고 세 차례에 걸쳐 주장과 반박이 오갔다. 특히 처음 게재된 성명서에는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등 호남 출신 인사 수십 명이 이름을 올려 동조를 나타냈다. 이들은 “법이 통과된 12월 9일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법치, 그리고 광주·호남의 위대한 민주주의 투쟁의 유산이 쓰레기통에 처박힌 불행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처벌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훼손하고 있다는 취지다.
5·18연구소는 지난 24일 반박에 나섰다. 연구소는 입장문에서 “5·18 역사왜곡처벌법은 2000년 이후 종합편성채널·인터넷 등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5·18 왜곡과 지만원 등 악의적 왜곡 집단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독일에서 나치를 찬양하는 표현을 법으로 통제하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표현의 자유가 왜곡과 폄훼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 문명사회의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김 교수에게 성명서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역사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항상 새롭게 쓰인다”며 “처벌 조항은 5·18에 대한 역사적 연구와 토론을 심각히 저해할 뿐 아니라 국가 폭력에 저항했던 5·18의 참뜻을 왜곡하고 민주주의 발전과 자유의 신장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논쟁은 26일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김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의견을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모순적이고 자가당착”이라며 “5·18 민주화 운동이 지향하는 가치와도 모순된다”고 강조했다.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시를 발표해 화제가 됐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5·18이 정치화해 거꾸로 자유와 민주를 죽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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