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암행어사:조선비밀수사단’
KBS 2TV ‘암행어사:조선비밀수사단’

‘철인왕후’ 등 시청률 고공행진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 표현
“허구지만 왜곡 지나쳐” 비판

3월엔 판타지 더한 4편 대기


퓨전 사극이 세밑 안방극장을 달구고 있다. 타임슬립과 코믹 등 젊은 시청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를 보강해 정통 사극의 공백을 메우는 모양새다.

전국 시청률 8%(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케이블채널 tvN ‘철인왕후’는 12.4%까지 치솟으며 연일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조선 시대 철종 비(妃)인 철인왕후의 몸에 현대의 안하무인 남성 셰프의 영혼이 들어간다는 판타지 설정으로 웃음 포인트를 강화했다. 특히 주인공 김소용 역의 배우 신혜선은 남성 영혼이 빙의된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며 호평받고 있다. 건들거리는 언행을 비롯해 눈 뜨자마자 중요부위(?)를 만지며 스스로 성별을 확인하고, 셰프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수라간 대령숙수와 요리대결을 펼치는 장면 등은 ‘철인왕후’의 주요 웃음포인트다.

KBS 2TV 월화극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도 방송 초반이지만 6% 안팎의 시청률을 거두고 있다. 드라마의 배경은 과거지만, 암행어사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추리극 흐름에 고난도 액션까지 더해지며 퓨전 사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평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올해는 퓨전 사극이 대거 편성된다. 오는 3월 방송되는 KBS 2TV ‘달이 뜨는 강’, SBS ‘조선구마사’를 비롯해 SBS ‘홍천기’와 MBC ‘옷소매 붉은 끝동’ 등이 모두 판타지와 코미디, 로맨스를 버무린 퓨전 사극이다. ‘달이 뜨는 강’과 ‘조선구마사’는 각각 고구려 시대의 평강공주, 조선 태종 시대 등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내세우지만 내용은 허구에 가깝다.

tvN ‘철인왕후’
tvN ‘철인왕후’

퓨전 사극의 약진은 정통 사극의 부진과 맞물려 있다.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그린 정통 사극은 2016년 KBS 1TV ‘장영실’ 이후 5년간 자취를 감췄다. 드라마 시장 상황이 악화되며 제작비 수급이 어려워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사극의 경우 세트 및 의상 제작, 긴 촬영 기간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든다.

반면 상업성이 높은 젊은 스타들은 긴 호흡의 사극 연기를 꺼린다. 정통 사극 톤보다는 비교적 편안한 말투를 구사할 수 있는 퓨전 사극으로 쏠리는 이유다. KBS 관계자는 “광고 판매 및 해외 수출 등을 고려할 때 인지도가 높은 한류 스타를 캐스팅해야 투자를 받고,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무거운 사극 연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퓨전 사극은 중장년층 사극 팬과 가벼운 이야기를 즐기는 신세대 시청자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제작 편수가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퓨전 사극은 역사 왜곡 논란에 부딪히곤 한다.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기보다 배경만 가져올 뿐, 다른 이야기를 채워 넣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철인왕후’의 경우 김소용이 ‘조선왕조실록’을 가리켜 ‘지라시’라고 칭하고, 신정왕후를 미신에 심취한 인물로 그리며 뭇매를 맞았다. 이는 ‘철인왕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가진 코믹한 면을 부각시키는 장면으로 활용됐지만 역사 왜곡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드라마는 재미를 위한 콘텐츠이고, 역사를 고찰하는 다큐멘터리나 교양은 아니다. 퓨전 사극은 ‘허구’와 ‘사실’을 동시에 다루기 때문에 사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려져 논란이 자주 일어난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서 타 문화를 해석하는 경험을 하기에, 제작사가 사전에 수용자들이 ‘콘텐츠’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히 안내해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사극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어떤 점에서는 필연적이지만, 이로 인해 작품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위축돼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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