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오른쪽 세 번째) 외교부 1차관이 6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한국케미호’ 이란 나포와 관련한 긴급 간담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선규 기자
최종건(오른쪽 세 번째) 외교부 1차관이 6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한국케미호’ 이란 나포와 관련한 긴급 간담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선규 기자
韓 대표단 방문에 부정적 입장
“와도 기존 현안만 논의”선긋기

“韓에 묶인 원유대금 70억달러
美제재 해제 말고는 방법 없어”


우리 정부가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 등을 필두로 한 대표단을 이란에 급파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이란 외교부가 “외교적인 방문이 필요치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 선박 나포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환경오염을 문제 삼아 선박을 나포한 이란에 대해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번 건이 ‘해양오염과 관련한 완전히 기술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을 향한 감정적인 대응에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참여 중인 한국에 대한 불만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70억 달러(약 7조6111억 원)의 원유 대금을 치르기 위한 묘안 찾기에 나섰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 소규모 인도적 교역으로는 전체 원유 대금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사이브 하티브자데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외교부의 방문은 이미 예정에 있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이번 선박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오는 10일부터 2박 3일간 이란 공식 방문 길에 오르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선박 나포 사태를 풀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이란 정부가 양국 간 경제교역 등 기존 현안만을 논의하겠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사건 직후 이란 급파를 추진 중인 한국 대표단과 관련해서도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양국은 별도의 방문과 관련해 어떤 합의도 이룬 바 없고 이 사안은 기술적인 틀 내에서 합법적인 경로를 밟아 처리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외교적인 방문이 필요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한국 정부가 기술적인 이슈에 대해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게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한국 선박을 인질로 원유 대금을 받아내려는 시도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 당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조속한 조사 절차를 약속한 만큼 최대한 긍정적으로 사태 해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이란 정부 대변인이 “이란 자금 70억 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고 발언한 데서 보듯 원유 대금과 이번 사안을 완전히 분리해서 바라볼 수 없다는 관측이 상당하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5월 이후 소규모 인도적 목적에 한해 이란과 교역을 재개한 뒤 원유 대금을 소진 중에 있지만, 전체 원유 대금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양국이 논의 중인 코로나19 백신 구매 자금 대납도 1000억~2000억 원 규모로, 최대 10조 원으로 추산되는 이란 원유 대금 중 극히 일부다. 2007년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을 러시아 은행을 통해 송금한 전례처럼 창의적인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시각도 일부 있지만, 현재 미국의 대이란 제재 레짐하에선 미국 금융망을 거치지 않고 이란에 송금할 방법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이란이 핵협정을 다시 맺어서 제재가 풀리는 것 외에는 묘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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