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 한숟갈 싸준 분 잊지못해
밥상 마주하고픈 사람은 아내”
“기억에 남는 건 음식보다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10년간 ‘한국인의 밥상’을 차려온 배우 최불암(사진)은 지난 세월을 이렇게 반추했다.
최불암은 지난 2011년 1월 처음 방송된 ‘거제 겨울 대구’ 편을 시작으로 10년간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뿌리와 정서를 찾는 아름다운 순례길을 동행했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먹거리들과 그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인생역정과 희로애락은 ‘국민 아버지’라 불린 최불암의 온기와 함께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전했다.
그는 문화일보와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언젠가 남원에서 추어탕을 촬영하던 때였던 것 같은데, 그때 맛을 보면서 ‘산초가 좋아서 추어탕도 맛있는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르신이 동네 느티나무 아래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가 내 손을 잡고 신문지에 정성스럽게 싸서 뭔가를 주더군요. 선물을 주고 싶은데, 줄 게 없다며 그 산초 한 숟가락을 신문지에 싸서 주는 겁니다”며 “역시 기억에 남는 건 음식보다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런 고마운 분들이 있어 ‘한국인의 밥상’이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고 말했다.
최불암이 500여 회의 방송을 진행하며 국내외에서 이동한 거리만 35만여㎞, 지구를 8바퀴 이상 돌았다. 1400여 곳을 방문했고, 각 지역의 8000여 가지 음식을 선보였다. 그동안 그가 받았던 소중한 밥상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 한 명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최불암은 주저 없이 “아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80세가 넘어서까지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아내입니다. ‘한국인의 밥상’을 처음 시작할 땐 1박 2일 집을 비우기 일쑤였어요.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거지만 아내한테 미안했죠”라며 “집에 돌아오기 전에는 전화나 문자로 항상 연락해요. 지금도 아내와 함께 밥상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밥상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아내죠”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국인의 음식을 매개로 해서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한국인의 밥상’은 여타 ‘먹방’과는 달랐다. 각 지역민의 삶과 희로애락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늘 그리워하는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정서도 담았다. 그리고 최불암이라는 존재는 그 여운을 배가시켰다.
‘한국인의 밥상’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탄생과 더불어 10년의 세월 동안 한결같이 진행자의 자리를 지켜온 최불암의 열정과 성실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면서 정서적인 위안을 얻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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