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손절하는 SNS 플랫폼

메르켈도 “문제있다” 지적
‘민주주의의 존속 위기’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종 인터넷 플랫폼에서 강제 퇴출당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점거사태 직후 ‘폭력선동의 위험’을 이유로 팔로어 8800만 명이 넘는 트럼프 계정을 영구정지시켰다. 이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스냅챗, 트위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계정 사용을 못 하도록 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우 성향의 소셜미디어 팔러로 갈아타려 했지만, 앱 마켓의 양대 산맥인 애플과 구글이 팔러의 다운로드를 막았고, 아마존도 서비스 호스팅을 중단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오는 20일까지 미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트럼프로서는 지지자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접점이 사라지게 됐다. 정치와 의회가 제지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제한한 셈이다. 이와 관련, 투표를 통해 선출된 정치 지도자의 발언을 사기업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지, 입법기관이 아닌 민간업체가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해도 되는 건지, 제약의 기준과 잣대는 무엇인지 등이 논란으로 떠오른다.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정치 과정이나 적법절차 없이 개인의 일자리와 주거·오락·사생활은 물론 공적 영역에 이르는 인류의 삶 일체를 바꿔 놓으면서 인간 개인의 기본권과 인권 문제를 통제하며 권력 행사에 개입하는 현실을 경고하고 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생활이 대의 절차나 투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고 지배당하는 것이 가져올 후과(後果)에 대한 우려인 셈이다.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과학기술의 무한발전, 그리고 이를 활용해 인류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갖게 된 거대기업이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라리 교수는 세계 석학 8인의 공저 ‘초예측’에서 “선거·정당·의회 등 제도들이 잘 작동하지 못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고 있지 않다면 민주주의는 존속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딱 들어맞는 예가 인터넷이며, 앞으로 민주주의가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새로운 과학기술이 계속 출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이 인류의 일상을 지배하면서 정치와 대의기구가 무기력해지고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걱정은 서구의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위터의 트럼프 계정 영구정지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11일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입장을 전하면서 “기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는 근본적으로 입법기관에 의한 제한은 받을 수 있지만, 특정 회사의 조처에 따라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위원은 트럼프 계정 영구정지가 온라인 네트워크 규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에 있어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이 전환하는 시기의 증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브르통 위원은 “적어도 미국 의회 난입사건 이후 온라인 플랫폼이 시스템적 주체가 된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허민 전임기자 minski@munhwa.com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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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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