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AI법·제도 로드맵 발표

1년간 전문가·관계부처 협의
민간자율 중시·상생포용 역점

상반기 ‘데이터 기본법’ 제정
데이터 개념·참여 주체 명시
저작권법 개정도 진행할 예정

AI가 발생시킨 손해 구제 위한
민법 개정·행정처분 신설 연구


우리나라의 ‘인공지능(AI) 청사진’이 드디어 나왔다. 시장·포용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AI 선진국들이 그동안 국가 차원의 AI 육성 종합계획을 먼저 확정한 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 고유의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AI 법·제도·규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1년 가까이 민간 전문가와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완성한 우리만의 독자적 AI 국가전략이다. 민간자율을 중시하는 시장친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친 상생·포용이란 2개의 상반된 가치를 조화시키려 애쓴 점이 특징이다. 또 AI 윤리 기준(그래픽 참조)과 의료 AI의 기초가 되는 한국형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도 새로 도입해 함께 선보였다. AI 확산에 따른 혜택은 극대화하고 역기능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향후 법·제도를 정비함에 있어 △새 기술과 옛 제도의 간극을 선제적으로 극복 △글로벌 동향과 우리 실정의 조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상생·포용 △민간자율을 우선하는 시장친화의 4대 기본 방향을 수립했다.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총 11개 분야에서 30건의 정비 과제도 도출했다. 우선,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데이터의 개념·참여주체를 명시하고 정부 책무도 규정하는 ‘데이터 기본법’을 제정하고, 개별 산업의 데이터 활용을 위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및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법’ 제정도 추진키로 했다. 또 자동화된 개인정보 처리에 의존한 의사결정에 대한 설명요구권·이의제기권 도입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대량의 데이터 분석 및 AI 학습이 가능하도록 저작권법 개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알고리즘의 투명성·공정성 확보를 위해 금융 신용평가, AI 면접 등 기술 도입 시 기업이 자율적으로 알고리즘 편향성과 오류를 관리하는 체계를 유도키로 했다. 한편, AI 법인격 부여 이슈와 관련해 AI 창작물 생성 시 투자자·개발자 등의 지식재산권 인정 여부와 AI의 민·형사상 권리주체를 따지기 위한 민법·형법 개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그리고 계약·불법행위·범죄 등에서 AI의 책임 한계를 가리기 위해 AI 계약 체결 시 이를 대리인에 의한 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여부와 AI가 발생시킨 손해배상·범죄에 대해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민법 개정 및 행정처분 신설을 연구할 계획이다. 의료 분야에선 세계 최초로 AI 의료기기 인허가 기준을 수립한 경험을 살려 국제기준을 선도적으로 마련하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도 장기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AI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이래 2019년 10건, 2020년 61건의 허가가 날 정도로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금융 분야 역시 로보어드바이저, 이상거래탐지시스템 등 AI 기술이 적용된 상품이 급속하게 보급되는 추세에 맞춰 올 하반기 중 전자서명 평가·인정제도를 운영하고 금융기관 간 상금융 거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정비할 예정이다.

행정에서도 AI의 자동화 행정 행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행정기본법을 제정하고, 오류 발생에 대비한 이의신청절차 및 행정심판 등 권리구제 절차를 마련키로 했다. 고용·노동 분야에서는 비대면·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고용보험법 시행령과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제정도 추진한다. 포용·복지 정책 측면을 고려해 디지털포용법을 올 상반기 중 제정하고, AI 사고를 처리하기 위한 보험제도 개편 방안도 2023년까지 마련키로 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한국이 AI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선제적 제도 정비 플랜을 완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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