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종인(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정치권서 해석 분분

①2011년 첫만남에 악연 시작
金 “安, 정치 잘못배웠다” 격노
② ‘안철수로는 안된다’ 필패론
③ ‘영향력 지키기 야망’해석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원샷 경선을 하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제안에 또 퇴짜를 놨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뚱딴지같은 소리”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안 대표 주장을 일축했다. 야권 단일화 파트너에 대한 대우치고는 지나치게 감정이 섞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몇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20일 김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악연의 시작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1년 여름 안 대표는 김 위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법륜 스님, 최상용 전 주일대사 등 정치 원로들의 모임에 초청받았다. 김 위원장이 2011년 서울시장보다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했으나 안 대표는 “국회의원은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권하느냐”며 거절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기억이다. 안 대표는 당시 윤 전 장관이 자신의 멘토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가 300분 정도 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정치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 정치를 잘못 배웠다”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로는 대선은 물론, 서울시장 보선도 이길 수 없다’는 이른바 ‘필패론’도 안 대표를 시종일관 비토하는 이유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서울시장은 벤처기업 경영과는 다르다. 민주주의 의사결정을 배운 사람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다. 야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이후 국민의당 운영 과정에서 보여온 의사결정 과정이 독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권에서 배출한 서울시장의 실정은 정권창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 위원장이 4월 재·보궐 선거, 이듬해 대선을 승리로 이끈 후 차기 정권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이어가려는 개인적 야망도 안 대표를 평가하는 기준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소속인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김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야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유력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독자 경선이 우선’이라는 김 위원장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여러 후보로 분산된 상황에서 야권 원샷 경선은 안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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