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방향으로 물은 뒤
교묘히 ‘개선 필요’ 답변 유도
“시민 85%가 긍정적” 발표
전문가 “신뢰성 미약해” 지적
다른 언론선 “57%가 반대”
서울시가 반대의 목소리가 거센데도 광화문광장 서쪽 세종문화회관 방면 공원화 사업을 밀어붙이며, 그 근거로 ‘서울시민의 85%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론을 내세웠는데, 이 조사는 교묘한 조사 방식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유도’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판단 근거로 삼기에는 신뢰성이 미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달 중순 한 언론에서 자체 설문조사를 거쳐 “서울시민 56.7%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반대했다”는 보도를 내자, 서울시는 즉각 해명 자료를 내고 “외부 여론조사 전문기관을 통해 실시한 2차례의 시민 설문조사 결과 각각 73%, 85%가 긍정 평가를 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언급한 이 두 설문조사에 대해 26일 문화일보가 분석해본 결과 ‘긍정 평가 유도하기’ 구성이 돋보이는 엉성한 조사로 나타났다.
2019년 12월 시행된 첫 설문조사는 ①‘광화문 광장을 방문하거나 경유한 경험이 있는가?’ ②‘있다면, 방문 혹은 경유 목적이 무엇이었나?’ ③‘방문 혹은 경유했을 때, 불편한 점이 무엇이었나?’ ④‘광화문 광장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 ⑤‘현재의 광화문 광장에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순으로 질문한 뒤, ⑥‘현재 서울시에서는 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는다.
이에 대해 서찬석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③번에서 불편했던 점이 무엇이었냐고 묻기 전에 불편했는지 여부를 먼저 물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긍정·부정 여부를 조사하기 전 불편한 점부터 언급할 경우 특정 결과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실시한 두 번째 조사에서도 오류가 발견됐다. 이 조사에서 서울시는 공원화된 ‘아름다운 조감도’를 붙인 바로 밑에 ‘현재 광화문 광장은 차도로 둘러싸인 단절된 공간으로 소음, 매연, 휴식공간 부족 등으로 시민의 일상적인 활동이 어렵다. 전문가의 제안과 시민 뜻을 담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서쪽) 광장을 넓히고 현재 보도와 도로인 구간에 식재와 쉴 공간을 조성해 시민 이용성과 보행성을 증대하려고 한다’고 설명한 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묻는다.
사회통계학 전문가인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항목이 바로 특정 결과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사실을 중심으로 설명한 뒤 인식 평가를 물어야 객관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긍정적인 기대효과를 나열했으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함께 밝혀줘야 한다”며 “의도적으로 왜곡하려는 시도로 느껴진다”고 했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어떤 정책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하려면 조사에 앞서 해당 정책을 설명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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