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덕, Walking 082782, 혼합매체, 210×100×12㎝, 2008
이용덕, Walking 082782, 혼합매체, 210×100×12㎝, 2008
뭔가 사태가 꼬여 있을 때나 막혀 있을 때, 돌파구는 으레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다. 현대 미술사도 역발상으로 태동된 아방가르드와 그 별들의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카소, 뒤샹, 달리, 워홀, 백남준…. 물론 그들이 예술계 스타덤에 오른 건 발상 못지않게 요란한 제스처도 한몫했다.

그의 작업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면 분명히 표면 밖으로 나온 양각의 부조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면 표면 안이 거푸집 같은 음각으로 변신한다. 또한, 관객이 옆으로 움직이면 그 방향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첨단 미디어의 조작이 있나 싶지만 가현(假現) 운동일 뿐이다.

이용덕 표 역상조각. 보통은 재미 차원에서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조각의 관습이나 고정관념을 뒤집었다는 데 미술사적 의의가 있다.

이 반전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표면 아래 부재의 공간을 고찰해 의미와 가치를 추출해낸 쾌거다. ‘없음이 곧 있음’이라는 성찰의 명제는 언어의 유희가 아니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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