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재고품 그득히 쌓여
조업 줄며 직원도 거의 없어
“정부, 협력업체 지원 시늉만
개인대출로 월급 주며 버텨”
“이 부품이 이렇게 재고로 남아 있으면 안 되는 거죠. 모두 쌍용자동차 공장으로 납품됐어야 하는데 이렇게 공장 창고에서 하릴없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26일 충남 천안의 A 자동차부품업체.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쌍용차의 주력 모델인 티볼리, 렉스턴 등의 부품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생산 설비 절반 이상이 멈춘 공장 내부는 한눈에 봐도 활기를 찾기 힘들었다.
평소 같으면 자동차 부품을 실어나르는 배송 차량으로 분주해야 할 주차장은 썰렁했다. 이 회사 생산담당 임원은 “원래는 2시간 단위로 트럭들이 물건을 분주하게 옮겨야 하는데, 지금은 4시간 단위로 화물차를 운용하는 것도 힘들다”면서 “재고가 쌓이다 보니 생산을 예전처럼 할 수 없어, 지난달부터 직원들이 순환 근무에 들어갔고 설비 가동도 줄였다”고 탄식했다.
쌍용차 공장이 있는 경기 평택시에 자리한 부품업체 B 사는 오는 29일이 회사 존폐를 좌우할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공장을 겨우 돌리고는 있지만, 어음 만기일인 29일에 쌍용차에서 대금을 받지 못하면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 부품 협력사 모임인 ‘쌍용차 협동회’에 따르면, 이번 어음 만기일에 쌍용차가 지급해야 할 대금은 약 1800억 원이다.
B 사 대표는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가 밝힌 쌍용차 협력사 지원체계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개인 대출로 직원 급여를 주면서 쌍용차에 신규 투자금이 유치되기만 기대하며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고 있지만, 투자 협상이 무산된다면 더는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잔여 지분율을 놓고 마힌드라와 산업은행, 인수 후보자인 미국 HAAH 오토모티브 간 견해차로 투자 협상마저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협동회에 따르면 쌍용차 1차 협력업체는 350여 곳. 이 중 매출 60% 이상을 쌍용차에 의존하는 업체만 50곳 이상이다. 1차 협력사들이 받지 못한 금액은 지난해 9월부터 총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한다면 쌍용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16만 명 이상에 달한다는 게 협동회의 설명이다. 최병훈 협동회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 자동차 산업 구조상 완성차 업체가 망하면 협력사가 망하고, 협력사가 망하면 완성차 업체도 망한다”며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를 위해서라도 쌍용차 협력사 줄도산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천안·평택 = 글·사진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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