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성 공소장’속 靑개입 정황

‘BH 수정요청 반영 재제출’
‘산업정책비서관 요청사항’
지워진 문건들 제목 드러나

채희봉 前비서관 소환 임박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는 2018년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에서 조기폐쇄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청와대가 긴밀하게 협의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산업부가 청와대 지시를 반영해 대통령 보고 문건 등을 수차례 고쳐 재보고한 것으로 나타나 청와대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최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가 공용전자기록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 등으로 기소한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공소장에 들어 있는 삭제 파일 530개 목록을 보면 산업부는 2018년 6월 10일 ‘대통령 에너지전환(원전) 보고’라는 제목이 겹치는 총 4개의 문건을 만들었다. 특히 최종 문건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거쳤으며, 곳곳에는 청와대의 수정 요구가 있었다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문건파일 제목에는 ‘v’(버전) 표시와 함께 ‘BH(청와대) 수정요청 반영 재제출’이라는 표현이 제목에 달려 있었다.

같은 해 6월 11일 산업부는 ‘산업정책비서관 요청사항’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사회수석 보고)’ 제목의 문서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나 산업부 원전국이 당시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지시(요청)를 받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에게도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문건은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앞서 나흘 전에 집중적으로 생산, 보고됐다.

산업부는 한수원 이사회 날짜와 함께 회의 결과까지 담은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하기도 했다. 2018년 5월 23일 작성한 문서 ‘에너지전환 보완대책 추진현황과 향후 추진일정’에는 ‘(2018년)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기폐쇄에 근거가 되는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 최종안(6월 11일)도 나오기 전이다. 산업부가 청와대와 사전 조율하며 조기폐쇄라는 결론을 내린 정황으로 읽힌다. 법조계 관계자는 “채 전 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를 기점으로 검찰 수사는 청와대를 정조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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