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性차별 표현’걸러내겠다며 만든 자문단 유명무실

17명 구성했지만 참석은 2,3명
수백 장 분량의 정책백서 등
안건 몰릴땐 ‘필터링’역부족
月 1차례 회의론 평가 못해
온라인 게시물도 점검 필요


서울시청이 만드는 홍보물에 성차별적인 표현이 없는지 점검하기 위해 시가 운영하는 ‘홍보물 성별영향평가 자문위원회’가 치적 쌓기를 위한 보여주기식 운영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백 쪽에 달하는 정책백서가 여러 권 포함되는 달에도 회의 참여 인원은 통상 2∼3명에 그치기 때문이다.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닌, 한 달에 한 번 누적된 홍보물을 일시에 점검해야 한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홍보물 성별영향평가 제도는 지난 2016년 서울시가 타 지방자치단체보다 선행적으로 시행했다며 내세운 제도인데, 취지에 걸맞게 보다 실속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홍보물 성별영향평가 자문위원회에는 여성학 전공자와 활동가 등 17명의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다.

시는 매달 회의를 개최해 홍보물에 성차별적인 표현이나 고정관념 등을 걸러내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지난해 회의 참가 인원은 평균 2.8명에 그쳤다. 그런데 이들이 다루는 홍보물은 평균 14.5건에 달한다. 가장 많이 안건이 몰렸던 지난해 11월에는 27건이 배정되기도 했다. 이 중에는 수백 장 분량의 정책 백서나 수십 분 길이의 영상물이 포함되기도 했다. 회의 시간은 보통 2시간 남짓으로 2∼3명에 그치는 인원이 모두 검토하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정이 안 되는 사람들을 강제로 부를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어서 매달 참가 인원이 5명 미만에 그치곤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홍보물은 수시로 제작되는 데 비해, 이를 점검하는 회의는 한 달에 한 번만 개최된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자문위원회 위원인 장미현 젠더공간연구소 소장은 “제작 시기에 맞춰 사전에 검토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며 “이미 제작이 완료된 뒤 자문회의에 상정될 경우 자문회의의 제안이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홍보물은 성별영향평가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시는 이달 초 시가 운영하는 ‘임신·출산정보센터’에서 ‘출산을 앞두고 장기간 집을 비울 것을 대비해 (남편이 먹을) 밑반찬을 미리 챙겨 놓으라’는 등의 홍보물이 물의를 빚자, 뒤늦게 시가 관리하는 모든 사이트를 성별영향평가 의무대상에 포함하기도 했다.

장 소장은 “서울시에서 성차별적인 표현으로 문제가 됐던 것들은 성별영향평가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던 경우가 많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 대신, 자문회의 외에도 수시로 검토할 수 있도록 내부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권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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