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브루너’
“나에게 행복이란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 작업실로 가는 길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 ‘미피’의 작가 딕 브루너(1927∼2017)에게 행복은 작업실로 가는 길이었다. 가는 길이 행복했던 건 도착한 곳에서 하게 될 일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까.
그는 매일 아침 5시 30분쯤 일어나 아내에게 오렌지 주스 한 잔을 만들어주고, 아침을 먹으며 아내의 일상, 전날의 소소한 일을 그린 뒤 집을 나섰다. 60여 년간 일주일에 6, 7일을 작업실에 갔으니 그는 생애 대부분을 작업실에서 보낸 셈이다.
브루너가 떠난 작업실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본다. 벽에는 친구와 팬들이 보낸 편지와 그림들이 가지런하고, 책장에는 자신의 그림책과 로알드 달, 토미 웅거러, 존 버닝햄 등 다른 작가들의 그림책이 가득하다. 그는 작품의 단순한 선만큼이나 깔끔한 성향이었던 듯하다. 그는 언제나 작업실을 찾아온 손님에게 차와 비스킷을 내주며 따뜻하게 맞았지만 빨리 책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제시간에 떠나줬으면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1년 여름 어느 날, 그는 만년필과 펜, 붓, 가위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나가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온 힘을 쏟아 일할 수 없다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2017년 세상을 떠난 그는 “내가 끝낼 때 (나의) 그림이 끝이 난다”고 했지만, 그의 그림과 이야기는 여전히 많은 이에게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마음의 북극성이 되고 있다.
그의 대표작 미피는 브루너가 1955년 아들 시르트와 함께 바닷가 마을에서 휴가를 보낼 때 만난 작은 토끼에서 시작됐다. 네덜란드 본명은 작은 토끼라는 뜻의 네인티여(NIJNTJE). 미피는 1963년 영문으로 번역될 때 브루너가 직접 고른 이름이다.
작가는 124권의 그림책을 남겼고 이 중 32권의 미피 그림책은 50개 이상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8500만 부 이상 팔렸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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