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뇌피질’ 실험단계서 진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1일 원숭이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것에 성공하면서 전기차와 인류 화성 프로젝트인 ‘스페이스X’에 이어 뇌과학 분야인 바이오헬스 산업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머스크가 밝힌 인간 뇌에 이식한 컴퓨터 칩을 인공지능(AI)과 연결해 공생하는 길을 열겠다는 꿈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과학계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날 뉴럴링크가 공개한 원숭이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는 기술은 지난해 8월 돼지에게 이식했던 뇌피질을 건드리는 단계에서 발전해 신경세포가 밀집된 뇌 깊은 곳까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컴퓨터 칩이 뇌에 이식된 원숭이가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는 ‘마인드 퐁’(mind-Pong) 기술은 의미가 있다. 마인드 퐁은 손 등 신체를 사용하지 않고 생각으로 제어되는 비디오 게임을 일컫는 말이다. 기술의 정밀도와 제어 범위가 대폭 향상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두 마리의 원숭이 뇌에 무선 칩을 심어 뇌 신호를 수집하고 다시 컴퓨터 명령어로 바꿔 입력하는 통상의 뇌공학 방식이지만, 기술의 진보 측면에서 획기적일 것이라는 기대다.
마인드 퐁 같은 게임 실험은 이미 수년 전 개발에 성공해 시중에 상업제품이 출시된 ‘마인드 타이핑(mind typing)’ 기술을 한 단계 진전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마인드 타이핑은 뇌파 등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한 후, 이를 컴퓨터가 패턴별로 분석해 모니터상에 원하는 글자를 신체 움직임 없이 쳐 넣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흔히 ‘생각만으로 타이프 라이터를 친다’고 표현한다. 선천적 장애나 사고 등으로 사지 마비 상태로 생활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실제 신체에 부착한 로봇 팔다리나 심지어 멀리 떨어진 중장비 등을 움직여 조작하는 실험도 여러 차례 행해진 바 있다.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는 “뇌파 측정과 수집을 위해 뇌에 심는 전극의 개수가 보통 100개라면 뉴럴링크의 그것은 1000개로 10배나 많다”며 “현존하는 기술 중에서는 뇌 신호를 가장 균일하게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정확한 사실관계는 한 달 뒤 뉴럴링크가 실험 영상을 공개한 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이미 지난해 8월 뉴럴링크 시연회에서 칩을 뇌에 이식해 2개월째 건강히 생활하는 돼지 ‘거투르드’와 칩 이식 수술을 선보였다. 그는 “뉴럴링크 칩이 사람 뇌 속에서도 제대로 작동한다면 시각이나 청각, 촉각 등 감각이 마비된 환자나 퇴행성 질환자들이 감각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나아가 컴퓨터에 자신의 기억을 저장하고 재생하거나 로봇에 자신의 의식을 심는 기술 개발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민철·노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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