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호’, 넷플릭스 공개하자마자 16개국서 1위

“사라진 살상 로봇 찾아라”
우주해적단 선장 출신 등
凡人들 뭉쳐 시너지 폭발

청소선들 경쟁, 전투신 방불
제작비, 할리우드SF의 10%
1000명 CG 전문가들 참여


국내 최초의 본격 우주 과학소설(SF) 영화로 화제를 모은 ‘승리호’(감독 조성희)가 5일 오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당초 지난해 극장에서 개봉하려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결국 플랫폼을 넷플릭스로 옮기면서 벌어진 일이다. 총제작비 240억 원이 투입된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운명치곤 참 기구해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미국 할리우드 SF 영화에 못지않은 비주얼과 사운드, 한국적 이야기가 기대 이상이다.

6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트리밍 통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승리호’가 한국을 포함해 프랑스, 벨기에, 필리핀 등 16개국에서 스트리밍 1위를 했고, 76개국에서 ‘톱10’ 안에 들었다. 한국형 우주 SF 영화의 새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승리호’는 어떤 이야기이고,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국형 SF 영화 ‘승리호’의 결정적 장면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주역들이 우주 공간에서 다이내믹한 활극을 벌인다.
한국형 SF 영화 ‘승리호’의 결정적 장면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주역들이 우주 공간에서 다이내믹한 활극을 벌인다.

◇‘스타워즈’ 활극에 한국형 히어로

최근 할리우드 우주 SF 영화의 추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신과 같은 초인적 영웅들이 우주 너머의 적들과 싸워 지구를 지키거나, ‘그래비티’ ‘인터스텔라’처럼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고뇌하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다. 만약 ‘승리호’가 이 같은 추세에 편승했다면 어느 쪽이든 그렇고 그런 아류작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조성희 감독은 영리하게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 중간의 미래에 히어로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들을 우주선 안으로 불러들였다.

2092년, 지구는 오염으로 황폐해지고 우주 위성궤도엔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가 만들어진다. 태극 마크를 붙인 승리호는 이 사이에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선이다. 이걸 주워 모아 돈을 벌면서 적자 인생 탈출을 꿈꾼다. 이들은 어느 날 사고 우주선을 견인하다 그 안에 있던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다. 그런데 도로시는 귀여운 아이의 외모와 달리 무시무시한 대량파괴무기다. 온 우주가 사라진 도로시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 승리호의 선원들은 도로시를 거액의 보상금과 맞바꾸기 위해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다.

‘승리호’는 액션 넘치는 우주 활극이란 점에서 1977년 개봉한 SF 걸작 ‘스타워즈’와 비교된다. 하지만 결은 확연히 다르다. ‘스타워즈’의 등장 인물이 제국의 공주나 초인적 능력자였다면 ‘승리호’의 멤버는 지극히 한국적이고 서민적이다. 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하는 조종사 태호(송중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김태리), 엔진을 책임지는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유해진) 등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힘을 합쳤을 때 시너지가 폭발한다.

◇1000명이 한 땀 한 땀 만든 VFX

‘승리호’의 총제작비가 240억 원이라고 하지만 수천억 원대의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주 공간 속 우주선의 입체감, 우주선 내부의 섬세한 기계 구조 등은 우리가 봐왔던 할리우드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다. 여기엔 넷플릭스도 놀란 한국적 노하우가 숨어 있다.

136분의 러닝타임 중 약 50분 이상이 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졌다. 조금씩 들어간 것까지 치면 2500여 컷 중 2000컷 이상에 CG가 쓰였다. 방대한 CG컷을 해결하는 방법은 시간과 노력. 대개 CG 작업은 촬영 이후 후반 작업부터 이뤄지지만 이번엔 거의 촬영 초반부터 동시에 진행됐다. 이후 후반 작업만 10개월 이상이 걸렸고 약 1000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덱스터 스튜디오의 정성진 시각효과(VFX) 총괄감독은 “한국에서도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업동이는 100여 종의 디자인 연구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했다. 로봇 디자인을 먼저 하고 헬멧 등 소품을 제작한 후 유해진이 모션 캡처 슈트를 입고 연기했다. 유해진은 “감독의 머릿속에 명확한 콘셉트가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업동이를 설명했다. 좋은 결과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vs 코리아

우주 SF 영화에서 가장 큰 우리의 편견은 우주선 속 한국인의 존재일지 모른다. 너무 많은 할리우드 작품에 익숙해져 오히려 한국인 조종사에 익숙하지 않다. ‘승리호’는 이런 점에서 착안해 외모나 리얼리티에서 이질감이 없도록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다. 다행히 ‘승리호’는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캐릭터도, 그들이 입은 의상도, 심지어 우주선도 화려하진 않지만 그들이 충돌해서 빚어내는 액션과 스토리는 매력적이다. 극 초반부터 이런 기술과 스토리를 단번에 가늠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우주 쓰레기를 차지하려고 각국의 청소선들이 경쟁하는 액션 시퀀스다. 한낱 쓰레기를 잡기 위한 액션이지만 ‘스타워즈’의 대규모 전투신 못지않다. 이 장면으로 인해 이후의 시퀀스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조 감독은 “‘승리호’는 고증보다 상상력에 기반한 영화이지만 우주선 안 인물들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처럼 은행 대출이자를 걱정하고 쌀밥을 먹는다”며 “우주 SF 영화에 한국의 서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 다른 작품들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위치이자 개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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