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출신들 많아 침묵
일선 판사들 “울분 가득한데…”
원로들 “하루빨리 입장 표명을”
‘거짓 해명과 탄핵거래 의혹’을 사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법조계 안팎으로 거세지고 있지만 이를 논의해야 할 일선 판사 협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되레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 원로들까지 나서 법관대표회의 개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임시회의를 여는 것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어 김 대법원장에 대한 법원 내 여론을 모을 기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이야말로 법관대표회의를 소집해 논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건이고 법관대표회의가 반드시 입장을 표명해야 할 사안”이라며 “빨리 소집돼 어느 편이든 어떤 입장이든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장에 대한 전국 판사들의 의견을 건의하는 그런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고 현재로는 이것이 해결책의 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전국 43개 법원 대표로 선발된 판사 100명으로 구성된 기구로 주요 법원 현안에 대해 회의를 열어 전국 법원의 목소리를 수렴해왔다. 앞서 2003년 대법관 제청 관행 논란, 2009년에는 신영철 전 대법관의 재판 개입 파문으로 회의가 개최됐고 2018년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의혹 안건도 상정됐으나 부결된 바 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 체제에 들어 진보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들이 잇따라 의장을 맡는 등 구성원들의 진보성향이 더욱 짙어진 데다 김 대법원장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으로 이번 일로 회의를 소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회의를 열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져, 사실상 의견 수렴의 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현직 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이후 실명 게시판인 코트넷이 잠잠해지는 등 위축된 일선 판사들이 공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다”며 “전국 법관을 대표하는 기구가 있는데 회의조차 소집되지 않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 신뢰를 회복할 의지가 없다는 방증으로 판사들 사이에서도 조직에 대한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일선 판사들의 온라인 익명 게시판인 ‘이판사판’에서도 “이렇게 울분이 가득 찼는데 실명으로 글 하나 못 올리는 저도 대법원장보다 나을 게 없다”며 “저에게도 국제인권법이나 우리법 같은 든든한 조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은지·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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