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으로 본 ‘소 이야기’
농경문화권에서 소는 ‘동반자’… 고구려 벽화 등에 등장
명리학자들 “흰색 소띠… 다 잘 풀리는 씩씩한 운세의 해”
중견 화가 전준엽도 소 그림에 서각(書刻)을 아우르며 이런 소망을 새겼다. “소걸음이지만 이 또한 지나갑니다. 좋은 날 옵니다.”
한국 미술사에서 소 그림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는 이중섭이다. 그의 작품 중 백미로 꼽히는 ‘흰소’(1955)는 거친 붓질로 소의 힘찬 기운을 표현하고 있다. 이 그림에서 소가 흰색인 것은 백의민족인 우리 겨레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의 역경을 겪은 우리 민족이 힘찬 기상으로 일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것이다.
‘흰소’에서 윤곽을 먼저 선으로 그리고 그 선 안쪽을 색으로 채우는 구륵법(鉤勒法)은 고구려 벽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법이다. 이중섭이 평안북도 정주 오산학교에서 공부할 때 주변의 고구려 고분 벽화를 자주 보러 다녔다니 자연스럽게 그 기법을 익혔을 수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다양한 모습의 소가 등장한다. 평안남도 덕흥리 고분의 견우직녀도(牽牛織女圖)에선 견우가 소의 고삐를 잡고 있다. 황해도 안악고분 벽화는 소가 말과 함께 왕의 이동 수단으로 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지린(吉林)성에 있는 오회분 벽화엔 소가 농사의 신으로 표현돼 있다. 사람 몸에 소의 얼굴을 한 농사 신이 벼를 잡고 날아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그림들은 농경문화권에 있었던 우리 겨레가 고대로부터 소를 아주 중요한 동반자로 여겼음을 보여준다. 그런 인식은 중세인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왔다. 김홍도의 풍속화 ‘논갈이’를 보면 소는 농부들과 함께 힘겨운 농사일을 돕는 동물이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열고 있는 전시 ‘한·중 소띠(2월 2일∼3월 7일)’엔 소 형상을 새긴 조선시대 제기(祭器)가 나와 있다. 당시 사람들이 소를 조상들과 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동물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유물이다.
띠 동물 연구 전문가인 천진기(전 국립민속박물관장) 박사는 “소와 관련된 민속놀이와 풍속이 굉장히 많이 있다”며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을 지녔다는 게 소에 대한 우리 민족의 기본적 인식”이라고 했다. 순박하고 근면하며 어진 소의 특성이 우리 민족과 닮아 있어서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칭송해왔다는 것이다.
명리학자들은 올해 신축년을 ‘흰색 소띠의 해’라고 한다. 이는 오방색으로 육십갑자를 따져서 나온 것이다. 육십갑자 중에서 소띠는 다섯 번이 드는데, 이 다섯 번을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등의 오방색으로 살폈을 때 신축년은 흰색에 해당한다. 흰색 소띠의 해가 다른 해에 비해 좋거나 나쁘다는 민속자료는 없으나, 많은 명리학자가 모든 것이 잘 풀리는 씩씩한 운세의 해라고 한다.
천 박사는 “우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살펴보니, 신축년에는 어렵고 힘든 일이 별로 없었다”며 “올해도 지난해 경자(庚子)년의 감염병 사태처럼 나쁜 일은 오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는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처럼 여유 있으면서도 끈기 있는 걸음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가며 이웃과 더불어 희망과 행복을 가꾸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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