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바이든-시진핑 통화 아직 없어
“민주 자질 없다” “극심한 경쟁”
文은 바이든 앞서 시진핑 통화

한국 선착장·중재자役 비현실
지금은 우방과 관계 강화할 때
국내 통합과 정체성 확립 시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이후 세계 여러 정상과 통화를 했다. 그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이미 두 차례나 통화하는 재빠른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방영된 미국 CBS 인터뷰에서 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지 않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시 주석은 뼛속에 민주주의가 1도 없는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과, 지지난주에는 시 주석과 각각 통화했는데, 그 시점과 분량을 두고 벌어진 국내 논란은 미·중 간의 각축에서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정책 방향을 깔고 있다. 오늘날 미·중 양국은 네트워크 구축으로 상대를 견제한다. 강대국 간의 네트워크 경쟁에 대응할 한국의 방책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미·중 양국의 네트워크를 모두 포괄하는 새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 방책이다. 두 네트워크의 접점은 구심력이 크지 않은 한 새 협력 네트워크의 허브가 되지 못하고, 이해관계나 정체성의 충돌점이 되기 쉽다. 대신, 네트워크 접점의 선착장(pier) 역할은 가능하다. 대륙에서 해양으로, 또 그 반대로의 교두보처럼 연결에 의한 번영 방책이다. 하지만 현재 미·중은 한국에 압력을 행사할 뿐 교두보 역할을 기대하며 뭔가를 제공하려는 게 아니다. 선착장 역할은 한국의 확장성을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둘째, 미·중 경쟁의 중재자 역할이다. 격투기 경기 때 선수가 휘두른 주먹이나 발길에 심판이 맞는 일도 있다. 대체로 심판의 위치 선정이 나쁠 때 발생한다. 특히, 당사국들이 전혀 인정하지 않을 때의 중재자 자임은 자충수가 되기도 한다. 중재하려는 제3국의 국력은 중재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사국이 수용할 수 있는 스탠스다. 힘 분포의 중간에 위치한 스탠스는 어떤 다른 스탠스와 1 대 1로 경쟁해도 힘에서 밀리지 않는다. 삼국시대 신라는 국가위기를 그런 중간적 위치 설정으로 극복했다. 한국 입장을 미·중이 수용할 수 있는 이슈 프레임에서는 한국의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국제질서 프레임은 자위적 국뽕 대신 타국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요소에 기반해 설정된다.

셋째, 전혀 관여하지 않는 중립이다. 막다른(dead-end) 곳이 아닌 길목에선 중립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가도멸괵(假道滅虢·다른 나라의 길을 임시로 빌려 쓰다가 나중에 그 나라를 쳐서 없앰) 고사 속 우나라는 진나라에 길을 빌려줬지만 정벌됐고, 또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중립국 벨기에는 길을 빌려주지 않았지만 독일에 점령당했다. 마키아벨리는 두 세력이 서로 싸울 때 중립을 선택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넷째, 새로운 우방 만들기다. 국제관계에서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 두 경쟁자 가운데 일방과 소원해진다고 해서 다른 일방과 반드시 친해지는 건 아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여기는데,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한국을 이전보다 더 우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방과의 친밀도 증진이 적어도 다른 일방과의 소원도(疏遠度) 증가보다 커야 한다. 만일 쌍방 모두와 친구 하기 어려우면 일방이라도 확실한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우방 관계 강화다. 국가들은 적대국을 견제하기보다 동맹국을 돕기 위해 참전하는 경향이 있다. 무릇 동맹은 공유할 수 있는 전리품이 있을 때 잘 결성되고 잘 유지된다. 공유는 자국 소비가 동맹국 소비를 줄이지 않는 이른바 비(非)경합적 재화에서 극대화된다. 인권·자유·민주주의 등의 가치 또는 질서는 비경합적 재화의 대표적 예다. 유사한 가치관의 세력과 동맹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책이다. 연대 파트너는 대체로 누가 더 위협적인지로 정해진다. 서로 앙숙인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갈 때 상대보다 풍랑을 더 큰 위협으로 느끼면 협력하게 된다. 오월동주(吳越同舟)다. 반면, 멀리 있는 잠재적 위협보다 가까이 있는 위협을 더 크게 느끼면 원교근공(遠交近攻)의 행동을 보인다.

끝으로, 내부 결속도 효과적인 대외 방책이다. 만일 국내의 경쟁 세력이 외부의 세력보다 더 큰 위협으로 인식된다면 국가 정체성과 국가 존립은 위태롭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국민 통합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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