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지난주 시장과 언론을 뜨겁게 달군 2·4 주택 공급 대책이 발표됐다. 그동안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서울 시내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많은 고민이 담긴 방향성과 서울 시내 32만 호 공급이란 솔깃한 수치를 정부는 제시했다. 그러나 대책이 발표된 지 1주일이 다 돼 가는 시점인데도 복잡한 대책의 합리성과 실효성에 대한 많은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민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공공이 민간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방향성이다. 공기업의 수용 방식에 기초한 직접 진행 방식이 변창흠 장관의 말처럼 진행 속도도 빠르게 하고, 소유자들의 수익률도 높이며, 개발이익의 공공 환수도 확대하고, 주택 공급 확대로 시장 가격도 안정되는 천국의 비방일까. 너무 꿈 같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의심의 근원은, 모든 것의 작동 원리가 지나치게 강화된 정부의 규제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과도한 용적률 부여라는 2가지 수단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첨예한 이해관계를 끊임없이 조정해야 하는 정비사업을 비효율성이 내재된 공기업에 맡기는 건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역할을 기대하는 선택이다.

이번 대책은 공기업의 직접 진행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5년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달성 가능한 기간인지도 모르겠지만, 제시된 13년이란 기존 정비사업 기간조차도 성공한 사업들만의 경우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사업들까지 보태면 정비사업 중 75%가 완공되는 기간은 20년이 넘게 걸린다. 정부가 4번 교체되는 기간이다. 한 정부보다 생명력이 긴 정비사업에 대한 해법을 향후 정상화가 필수적인 특정 시점의 극단적인 규제의 틀 안에서 그 동력을 찾는다는 점이 불편한 대목이다.

공공 직접 방식의 성패는, 기존 조합원들의 수익성 보장이라는 목표가 얼마나 합의 및 유지 가능한가 하는 점에 달렸다. 그런데 기존 조합원들의 수익성은 준공 후 차지하게 될 아파트의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대 변수다.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는 시점에 결정되면 끝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가격이 급락하면 내부에서 기존 조합원들과의 실랑이로, 가격이 급등하면 투기적인 이익을 지나치게 보장해 준다는 외부의 비난에, 공공사업자라는 ‘착한 오빠’가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공공 지원 민간임대주택이나 등록임대사업자의 지나친 인센티브 논란처럼 언제 또 마녀사냥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또, 전투적이지 못한 공기업 담당자는 토지 소유자 동의율 제고나 비동의자의 현금 청산과 관련된 갈등을 해결하기 힘들다. 변 장관의 낙관처럼 인기몰이를 해도 걱정이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시장이 안정되면 확대된 정비사업의 진행 동력은 2010년대 초반 주택시장의 하락세와 함께 무너진 뉴타운사업처럼 상실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부담을 일개 공기업이 온전히 견뎌낼 수 있겠는가.

그럴듯해 보이는 복잡한 문제를 풀수록 그 답의 왜소함에 실망감이 커진다. 이어질 추가 대책에서 중요한 것은 공공주도 정비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 주도 정비사업에 ‘몽니’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민간 주도 정비사업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불필요하게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같은 ‘몽니’들을 찾아 제거하는 게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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