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조원 가치… 투자유치 유리
성장과실 국내선 못 누릴 수도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고 있는 김범석(사진)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직상장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내 주식시장을 ‘패싱’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규제가 덜하고 경영권 보장이 확실한 데다, 나스닥보다 상장이 까다로운 NYSE를 선택함으로써 경영성과 및 전망에 대한 자신감도 표현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국내 주식시장을 거치지 않고 NYSE 직상장을 추진한 배경으로 까다로운 국내 규제가 중요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은 김 의장에게 일반 주식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에 대한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로, 국내에는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도입이 안 된 제도다. 김 의장이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분 2%만 갖고 있어도 58%에 해당하는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차단하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김 의장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와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제도 및 다중대표소송제 등 기업을 옥죄는 규제들이 미국에는 없는 것도 직상장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독일 등은 다중대표소송제가 없다. 미국의 경우 일정 요건을 갖췄을 경우 법원 결정에 따라 예외적으로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항하는 남소 방지책도 확실히 보장돼 있다.
재계에서는 결과적으로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국내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의 이익을 국내 주주들이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나스닥보다 상장요건이 까다로운 NYSE를 선택한 것을 두고 오랜 ‘적자 논란’에 휘말려 온 쿠팡이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쿠팡은 상장 신청서에서 지난해 매출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13조3000억 원으로 보고했다.
반면, 영업손실은 5200억 원 수준으로 전년의 7488억 원보다 2000억 원 가까이 줄였다. 재계에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비용으로 5000억 원가량을 특별지출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흑자 상태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장 후 쿠팡의 기업가치를 최대 500억 달러(약 5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이 한국에서 상장하면 좋겠지만 국내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상장 요건에도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상장 신청한 NYSE는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이 26조2327억 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임대환·김온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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