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IBRO 사무총장

“선진국도 여성과학자 차별
뇌과학계 양성평등 시급해”


뇌과학 윤리의 권위자 정성진(사진) 한국뇌연구원 박사는 “국내에서 아직 불모지인 뇌신경 윤리의 연구·교육 시스템과 거버넌스를 하루바삐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정 박사는 또 여성 과학자 비율이 비교적 높은 뇌과학 분야처럼 과학계 전반에 초·중·고 교육 단계에서부터 연구 현장까지 양성평등 원칙이 철저하게 준수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 박사는 지난해 국제 뇌과학기구인 세계뇌신경과학총회(IBRO) 사무총장을 맡아 뇌 연구 윤리의 글로벌 표준 제정, 선·후진국 간 과학 기술 격차를 줄이는 젊은 과학자 지원 및 상호교류 등의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뇌과학에 왜 윤리가 필요한가.

“첫째, 과학자들이 연구를 어떻게 할지, 성과물이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과물에 대한 잘못된 사용도 문제이나, 극단적으로 비윤리적 목적을 갖는 뇌과학 연구자금이 왔을 때 과연 연구에 착수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둘째, 뇌과학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연구의 결과로 나온 기술도 인간에게 곧장 적용되기 때문에 오남용 위험이 크다. 우린 아직 뇌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어떤 반응과 부작용이 생길지 모른다. 뇌 기능 향상 목적으로 특정 영역에 뇌 조절 기술을 사용한다 해도 연결성이 강한 뇌의 특성상 전인격이 송두리째 바뀌는 비극도 생길 수 있다. 뇌 신호 측정, 뇌 조절, 데이터 획득과 분석 및 출력, 브레인 해킹 등 케이스별 기준이 요구된다. 신기술이 나오면 피드백과 가이드라인 제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연구뿐 아니라 뇌과학을 활용하는 기업 등 사회적, 정부의 정책적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어렵다. 뇌 기술이 개입할 곳과 절대 들어가선 안 될 곳을 나누는 기준 같은 게 있을까.

“아픈 사람을 치료하거나 도움을 주는 분야, 즉 마이너스를 메우는 곳에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정상 상태를 증강하는 플러스알파 분야에 들어가선 안 된다. 교육·게임·오락 등에서 강한 수요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아직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수학을 잘하도록 뇌를 강화하는 브레인 칩이 나오면 시판을 허용해야 할까. 스포츠 분야에선 선수 성적을 향상시키는 뇌 자극 기술을 ‘브레인 도핑’으로 금지하자는 여론이 벌써 일고 있다. 국제적 합의와 공감대가 필요한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9년 책임 있고 안전한 뇌과학 연구에 대한 권고문을 선보였다.”

―뇌과학계, 나아가 과학계 전체의 성평등(gender equality) 이슈는 무엇인가.

“중동·아프리카처럼 여성 과학자의 불평등이 심한 지역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도 여성 비율만 높아졌을 뿐 고위직 진출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신약 개발을 포함한 대다수 과학 현장에서 남성 위주의 실험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실험용 쥐도 암컷은 생리 등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수컷 쥐를 사용한다.) 여성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한 균형 잡힌 연구가 돼야 한다. 코로나 백신도 급히 만들어져 과연 남녀 차를 반영할지 의문이다. 다행히 수년 전부터 국제 논문을 게재하거나 연구계획서를 제출할 때 젠더 이슈를 명시토록 권고하는 풍토가 정착되고 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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