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신사업 전략 주도
경쟁사로 옮겨 같은 업무 수행


금융권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이번에는 인재쟁탈전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금융권의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KB금융은 올해 초 신한금융에서 디지털 전환(트랜스포메이션) 사업을 총괄하던 인재를 전격적으로 영입했다. KB금융에 영입된 조영서 전무는 금융 디지털 전환 분야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2017년 당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외부 영입 1호 인물이기도 하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전무는 올해 초 신한금융 산하 신한DS 부사장에서 KB금융으로 직장을 옮겨 현재 경영연구소장(전무)과 KB국민은행의 신설 조직인 디지털 전환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다. KB금융의 디지털 전환 업무 전체를 총괄하게 된 셈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조 전무는 그룹의 플랫폼 전략을 포함해 신사업 전략을 주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신한금융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을 했다. 2017년 4월 미국의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로 재직하고 있던 중 조 회장의 요청에 따라 신한금융에 합류해 디지털전략 본부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한금융 디지털전략 본부장 시절 금융·인공지능(AI) 접목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핀테크(정보기술(IT)와 금융이 결합된 회사)와의 연계 사업, 모바일 앱 전략 등을 총괄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조 전무는 전문 지식과 식견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탁월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조 전무는 2020년 신한DS 부사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디지털전략 본부장 재직 당시 디지털 전환 관련 청사진을 제시하며 관계사들의 디지털 전환을 견인해갔다면 신한DS는 관련 실무 작업을 돕는 곳이다. 직급은 올랐지만 신한금융 내 영향력은 다소 줄어든 것이다. 더욱이 이성용 전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대표가 신한DS 사장 겸 신한금융 CDO로 영입되면서 그의 입지는 축소됐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이 틈을 파고들어 결국 조 전무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 입장에선 자신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입안한 사람이 적진으로 옮겨 똑같은 업무를 한다는 사실이 껄끄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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